수학 필즈상 수상자, 상 받은 후 ‘딴짓’ 했더니

수학 필즈상 수상자, 상 받은 후 ‘딴짓’ 했더니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8.25 09:15

[행동재무학]<70>큰 성공 이후 조심해야하는 과신의 오류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그림=김현정 디자이너

4년마다 전 세계의 뛰어난 수학자들이 모여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Fields medal) 수상자를 고른다. 올핸 서울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렸는데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수학자가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필즈상은 노벨상과 달리 수상자들이 지금껏 이룩한 업적을 기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뛰어난 연구를 계속하라고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40세가 넘으면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냈더라도 필즈상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두 명의 경제학자들이 과연 수학 필즈상 수상자들이 필즈 메달의 취지대로 수상 후에도 계속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조사해 봤다.(“Prizes and Productivity: How Winning the Fields Medal Affects Scientific Output”, Journal of Human Resources, 2015 forthcoming)

노트르담대학의 커크 도란 (Kirk Doran)과 하버드대학의 조지 보하스(George Borjas) 경제학 교수는 1936년부터 2010년까지 총 52명의 필즈상 수상자들의 수상 후 행적을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이들의 성과가 필즈상 수상 후에 급격히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게다가 필즈상 수상자들은 필즈상을 못 받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수학자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열등한 성과를 냈다. 특히 논문 발표 횟수, 타 논문에 인용된 횟수, 제자 지도 횟수 등 전 분야에서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과는 눈에 띄게 뒤졌다.

이 연구 결과만 따져 보면, 필즈상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필즈상 수상자들의 성과가 왜 급격히 떨어진 걸까? 필즈상을 수상한 뒤에는 이전에 비해 덜 노력을 하는 걸까? 아니면 최고의 상을 성취했으니 이제 만족하고 더 이상의 연구를 중단한 걸까? 자만심 때문일까? 상상해 보시라(그 이유가 아래에 나오지만 아마도 맞추는 사람이 거의 없을 듯 하다)

도란과 보하스 교수는 그 이유를 조사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대다수의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즈상 수상자들은 수학계의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뛰어난 업적을 거둔 사람들이다. 그런데 도란과 보하스 교수는 이들이 필즈상을 수상한 후에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수학외의 분야에 까지도 넘나들었다. 소위 말해서 ‘딴짓’을 한다는 얘기다.

이는 올림픽 100m 경주에서 금메달을 딴 뒤 마라톤에 도전한다거나 아니면 수영 선수로 출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결국 필즈상 수상자들은 수학계 최고의 메달을 걸머쥔 후에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계속 파고들기 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기웃거리고 심지어 수학 외의 분야도 넘나들기 때문에 성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필즈상을 수상할 만큼 천재들이지만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면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즉 새로운 분야에서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심지어 수학 외의 분야)에서 곧바로 필즈상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는 건 아무리 천재라도 쉽지 않기에 필즈상 수상 후 성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수익률 1등을 기록한 펀드매니저가 올핸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주식투자로 한 두 번의 대박을 챙긴 사람들이 이후 투자에서는 그동안 번 돈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지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행동재무학은 한 두 번의 성공 이후 자신의 능력을과신(overconfidence)하게 되면 평소에는 위험하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종목이나 매매기법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위험한 거래를 적절한 대책 없이 하게 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전보다 훨씬 자주 주식매매에 나선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이유가 자신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 빈번하게 매매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여러 행동재무학 연구에 따르면 빈번히 거래하면 할수록 투자 성과는 줄어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즈상 수상자들은 40세 미만에 수학계에서 이미 뛰어난 업적을 쌓았기에 필즈 메달 수상 후 다른 분야를 좀 기웃거린다고 해서 크게 비난할 건 아니다. 그리고 성과가 줄었다고 해서 이들이 잃을 건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다르다. 한 두 번의 짧은 성공 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무모하게 베팅을 했다간 막대한 손실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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