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연봉 3억' '주식 3배 대박' 자랑 들어도

추석에 '연봉 3억' '주식 3배 대박' 자랑 들어도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9.07 09:00

[행동재무학]<71>주식투자와 상대성 이론(a theory of relativity)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만난 한 투자은행 대표는 어느 날 연봉 30만불(약 3억원)에 달하는 직원이 찾아와 연봉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고개를 절레 흔들며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그 직원은 투자은행에 입사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는 당초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에 입사할 때만 해도 3년 후 연봉이 10만불(약 1억원) 정도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당초 희망보다 거의 3배에 달하는 30만불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투자은행 대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도 연봉에 불만을 갖다니?” 이런 투자은행 대표의 질문에 그 직원은 분개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동료 직원들은 말이죠, 저보다 성과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 않는데 저보다 연봉이 1만불(약 1천만원)이나 많다는 말입니다.”

듀크 대학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그의 베스트 셀러 『Predictably Irrational』에서 소개한 한 사례다.

그는 인간은 대상이나 사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절대적인 기준에 의하지 않고 다른 것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기준에 따른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상대성(relativity) 이론이 인간의 행동에도 적용된다는 얘기다.

위의 사례에서 투자은행 직원이 연봉 때문에 그토록 분개했던 이유도 다름 아닌 동료직원과의 비교 때문이었다.

상대성 효과는 연봉 비교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외모 비교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누가 봐도 예쁜 여자들이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의 사진이나 그림 옆에 서면 외모에 대해 큰 열등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대해 『Status Anxiety』의 작가 알랑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그의 책에서 “문제는 개인의 외모 그 자체가 아니라, 외부와의 비교에서 온다”고 말한다.

엔젤·벤처 투자에서도 상대성 효과는 종종 발견된다. 뉴욕타임즈는 2006년 유투브(YouTube)가 구글(Google)에 16.5억불(약 1조7천억원)에 매각될 당시 ‘배가 아파한’ 한 엔젤투자자 얘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2002년 당시 페이팔(PayPal)의 임원으로 페이팔이 이베이(eBay)에 15억불(약 1조5천억원)에 매각될 때 상당한 돈을 벌었고 향후 먹고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유투브의 매각 소식에 그토록 배가 아파했던 이유는 그가 유투브 초창기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투자를 포기한데 반해 그와 페이팔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직원들은 유투브에 투자해 막대한 돈울 벌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상당히 부자인 그가 이젠 수퍼 리치를 보고질투(envy)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성 효과는 특히 주식투자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펀드매니저의 경우, 자신이 주식투자로 얼마나 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투자수익률이 20%가 넘더라도 남들에 비해 낮다면 영 능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인 투자자도 자신이 주식투자로 2배를 벌었어도 주식을 매각한 후에 주가가 계속 오르게 되면 너무 일찍 팔았다고 후회하며 괴로워한다. 2배의 투자수익은 남들의 3배, 4배 차익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 보일 뿐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 경(Sir Isaac Newton)도 주식투자에서 이러한 질투심의 희생양이 된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720년 주식시장 역사상 첫 번째 버블사태로 불리는 영국 South Sea 주식에 투자해 전 재산의 약 90%를 날렸다.

뉴턴은 South Sea 주식에 일찌감치 투자해 상당한 매매차익을 거뒀었다. 그러나 그가 주식을 전량 처분한 뒤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급기야 3개월 만에 3배로 뛰어오르자 그는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다고 괴로와했다. 게다가 자신과 달리 주식을 안 판 친구들은 주가 상승으로 엄청난 부를 쌓자 뉴튼의 질투심은 극에 달했다.

결국 참다못한 뉴턴은 뒤늦게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 들었고 한꺼번에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돈까지 빌려서 거의 몰빵을 해버렸다. 하지만 행운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주가 버블은 그가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든 지 채 2개월도 안 돼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질투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불리는 뉴턴의 눈마저 멀게 했다. 뉴턴은 주식투자에 있어 질투의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그럼 이런 질투심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페이팔 창업자의 한 절친한 친구는 창업자가 페이팔 매각으로 일약 수백억대의 부자가 되자 그가 몰던 5.5만불짜리 포르쉐 스포츠카를 팔고 작은 토요타 소형차로 바꿔버렸다. 사실 친구도 벤처기업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친구가 더 큰 부자되는 걸 보면서 마음 속에 생기는 질투심을 극복하기 위해 아예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쳐다 보지 않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겸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올 추석모임에 가면 또 주식 얘기가 나올 것이다. 올해는 특히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아 짭짭한 수익을 번 친척들의 영웅담이 화제가 될 법하다. "OO종목에 투자했더니 3배나 올랐어", "이렇게 매매했더니 한달새 50%나 벌었어" 등등.

하지만 절대 친척들의 주식 투자 대박 얘기에 흔들려선 안된다. 자신의 주식투자 수익이 그들에 비해 작아도 절대 움추리거나 질투심을 느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뉴턴처럼 질투심의 또다른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페이팔 창업자의 친구처럼 아예 귀를 막고 보지 않는 것도 질투심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질투심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 이웃에게서 비롯되지 알지 못하는 남에게서는 절대 느끼지 않는다. 추석 모임에서 친척들의 연봉 자랑, 주식 자랑에 동요해 질투심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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