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규제개혁, 소비자만 보자

[기자수첩]금융규제개혁, 소비자만 보자

이해인 기자
2014.10.30 08:48

"어디 한 번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해보세요"

지난 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개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규제 개혁'을 외치자 이를 참지 못하고 화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이 각종 규제 때문에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업계의 지적에 대해 선진국과 비교해 다른 점이 단지 규제뿐이냐며 그런 규제가 있으면 갖고 와보라고 따져 물었다. 업계 역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령화 저성장 시대, 금융투자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을 불러 놓고 소모적인 논쟁만 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장소 마련과 각종 준비비용으로 수 천 만원은 족히 깨졌을 행사였지만 누구하나 실질적인 행동을 약속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모색되지도 못했다.

세미나 후 양측의 소감을 들어봤다. 소통과 협력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사이만 더 벌어진 듯 했다. 업계 측은 "그 자리에서 그러면 안되지"라며 고개를 저었고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진짜 해도 너무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서 세세하게 잘잘못을 따지고 들 생각은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업계 얘기를 듣겠다고 좀 더 마음을 낮췄다면 공청회 자리에서 목소리 높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업계도 금융당국에 무엇을 해달라 요구하기 전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려 노력했는지,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믿어주면 잘하겠다는 신뢰를 금융당국에 심어줬는지 물어보고 싶다. 금융투자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서로 이견이 없다. 이 대원칙에 공감한다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흠만 찾지 말고 눈을 돌려 함께 금융소비자를 바라보길 바란다.

당국과 업계가 반목하는 사이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은 멀리 도망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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