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부특수강 거머쥔 현대제철의 고민

[기자수첩]동부특수강 거머쥔 현대제철의 고민

최민지 기자
2014.11.02 15:43

지난달 24일 산업은행 인수합병부에 특별한 함구령이 떨어졌다. 동부특수강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현대제철에서 최종 낙찰가를 비밀로 지켜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인수전 승자인 현대제철이 이런 부탁을 한 것은 경쟁자인 세아그룹보다 크게 높은 금액을 적어냈기 때문이다. 세아그룹과의 가격 차가 워낙 크다 보니 구체적인 금액이 알려지면 시장 파장이 클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현대제철이 3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추정한다. 산업은행이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지불한 1100억원보다 세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웃돈을 주고 따낸 계약이지만 자칫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문제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로 2차 특수강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생기는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칫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직적 기업 결합에 대해 제동을 걸 경우 인수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다른 철강업체들의 불편한 대응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 이후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에 넘기려는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수강 분야의 기존 강자인 세아그룹을 후원해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한보철강 인수, 일관제철소 고로 1~3기 가동 등 철강업 진출에 공격적인 베팅을 주도했다. 현대제철을 이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6년 일관제철소 착공 이후 7년 동안 철강 부문에서만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송충식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전무)을 중심으로 한 동부특수강 인수 TF(태스크포스)팀이 공격적인 전략을 편 데도 오너 일가의 이런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송 본부장은 지난달 직접 동부특수강 포항공장 실사에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인 끝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동부특수강 인수전 1막의 승자는 일단 현대제철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시너지 발현과 독과점 이슈에 대한 현대제철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현대제철의 표정관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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