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펀드인데 하나 가입하세요"
신입사원 이모씨(30)는 지난달 증권사에서 펀드를 추천을 받고 적금에 들려고 했던 돈의 25%를 펀드로 돌렸다. 김씨가 추천받은 펀드는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배당주 펀드. 이씨가 가입을 결정하자 증권사 직원은 "펀드 가입 절차"라며 투자 성향을 알아보는 설문지를 건넸다.
쏟아지는 서류에 서명하던 이씨는 '원금손실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못내 마음에 걸려 질문을 던졌다. 직원은 그제서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 한달 뒤 이씨의 첫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원금손실 가능성'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4년 3분기 증권·선물 업계 민원분쟁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 회원사 30곳에서 발생한 총 906건의 민원·분쟁 가운데 부당권유 관련 건이 433건으로 전체의 반을 차지했다. 민원·분쟁 발생 건수는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당권유 관련 분쟁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부당권유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나 과도한 위험 거래를 권유하는 행위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금융업계와 민원·분쟁을 조정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부당권유 관련 분쟁을 예방할만한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당권유의 객관적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업계와 관계 당국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말 거래소는 학계와 업계 임직원 등 전문가들을 모아 '부당권유 판단에 대한 다각적 접근과 대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일반적인 위험 고지 의무'와 '기본적인 고객 파악 의무'가 새로 도입된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규제, 투자성향별 증거금 제도 등 의미 있는 대안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의식은 아직 세미나와 연구로 끝나고 있다. 제시된 대안들을 실제 부당권유의 판단 기준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거래소와 금감원, 금융투자협회, 한국소비자원 등이 모여 모호한 부당권유 판단 기준을 하나씩 뜯어보고 실제 관리 감독하고 분쟁을 조정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