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스닥협 셰도보팅 폐지前 임시주총 독려?..편법 논란

[단독]코스닥협 셰도보팅 폐지前 임시주총 독려?..편법 논란

김도윤 기자, 김성호
2014.11.24 06:30

메일보내 임시주총 부추겨…거래소도 뒤늦게 실태파악 나서

코스닥협회가 회원사에 보낸 섀도보팅 폐지와 관련한 의견서 캡쳐.
코스닥협회가 회원사에 보낸 섀도보팅 폐지와 관련한 의견서 캡쳐.

코스닥협회가 내년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앞두고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감사선임 등과 같은 급한 문제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해결토록 권고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닥협회는 이달 회원사를 대상으로 '섀도보팅 폐지 관련 최근 동향 및 회원사 대응방안 안내' 이메일(전자우편)을 보냈다. 이 안내 메일엔 섀도보팅 제도 폐지 전에 임시 주총을 열어 현안을 해결도록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협회는 실제로 내년 1월 1일 이전에 임시주총을 개최할 경우 예탁결제원 섀도보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임시주총 일정과 주의사항 등을 친절히 명시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감사 선임 문제와 관련해선 유의사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내년 주총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707개 회사 중 68개사가 이미 임시주총을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이라는 게 협회측 설명이다.

이 영향 때문인지 최근 국내 상장기업 사이에선 때아닌 임시주총 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에만 임시주총을 결의한 기업이 150개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내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연말에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경우는 흔한 사례는 아니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갑자기 연말에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사례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데 경영권 관련 내용이나 정관변경 등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대부분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섀도보팅 폐지를 앞두고 나온 일종의 꼼수"라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보자는 행위인데 협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대응은 못하고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증권유관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도 최근 최대주주측 지분율이 25% 미만인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섀도보팅 폐지와 관련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주주총회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설문조사 마지막 질문은 '만약 정기주총에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거래소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뒤늦은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늑장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사협의회가 섀도보팅 폐지 관련 상장사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벤처협회도 섀도보팅 폐지 유예기간 연장 등 건의내용을 정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최근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장기업 사이에선 섀도보팅 폐지가 궁극적으로 건전한 기업이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거래소가 이제서야 실태파악에 나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상장사협의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섀도보팅이 폐지될 경우 감사선임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65.6%에 달했고, 보통결의가 곤란하다는 기업도 11.5%나 나왔다.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설문조사 질문내용.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설문조사 질문내용.

일반적으로 이사·감사의 선임, 이익 및 주식 배당, 재무제표 승인 등이 보통결의사항인데, 막상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올해 재무제표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10개 중 1개 이상 기업이 궁극적으로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한편 섀도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주주총회 보통결의 요건 충족사항은 발행주식수의 25% 이상, 출석의결권의 50%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전체 주주의 25%가 주주총회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91년 도입했다. 상정된 안건에 대한 투표율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표결에 비례해 그대로 적용된다. 주주총회에 10명이 참석해 안건에 대해 7명이 찬성표(70%)를 행사했다면 참석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도 찬성 7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새도보팅은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입김이 세지는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5월 28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25%가 되지 않는 기업은 주주총회 전에 국내외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아오는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섀도보팅 폐지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금융당국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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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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