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그저 공부하러 왔습니다"
지난 3일 예금보험공사 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 참석에 앞서 기자와 만난 몇몇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소감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금융지주사·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 등 금융권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50여명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 그러나 '나 할 말 있소'라며 각오를 다지는 CEO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주제 역시 민간 금융사들의 관심사보다는 정부의 최근 강도 높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 확대와 핀테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론회 첫 순서인 '금융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선 핀테크 관련 학계 전문가와 업체 대표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몇몇 금융사도 먼저 손을 들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선 신한·하나은행이 발제를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이른바 '혁신성' 평가에서 1·2위를 차지한 회사들이었다.
논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기술금융·핀테크에 맞춰졌다. 공개된 CEO들의 발언도 정부의 이 같은 방향 자체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실명제 개선 등 관련 제도의 미비점 등에 모아졌다.
금융사 CEO들의 속마음과 가장 가까워 보이는 '금융검사·감독 혁신' 순서도 진행됐지만, 총대를 멘 CEO는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이었다. 임 회장은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친 재무관료 출신으로, 이날 행사의 실제 '좌장'이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행정고시 동기다. 한 금융사 임원은 "'쓴소리'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사상 최초', '범 금융권'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무려 6시간 동안 회의가 이어질 정도로 '소문난 잔치'였지만 결과물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CEO들은 기술금융·핀테크 추진을 위한 혁신의 필요성에 박수를 쳤다.
다만 6시간의 만남에 과연 토론회라는 제목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한 포털사이트의 '어린이백과'는 '토론'을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해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