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무재표 대리작성 여전해요"

[기자수첩]"재무재표 대리작성 여전해요"

최동수 기자
2015.02.26 16:03
머니투데이 최동수기자
머니투데이 최동수기자

"지금까지 관행이 있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 달라고 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있어요"

국내 중소형 회계법인에 다니는 한 회계사의 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감사 대상 기업이 외부감사인에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거나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도 외감법이 개정되고 난 후 '재무제표 대리 작성 관련 상담실'과 '재무제표 대리 작성 신고센터' 등을 개설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상 상담이나 신고전화는 한 통도 받지 못했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그나마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 안진 등 국내 4대 법인은 회계자문이나 재무제표 대리작성을 요구하는 기업들에 외감법 시행령 개정을 근거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고객사가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관행대로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주고 있다. 마치 채점관이 학생의 시험지를 대신 풀어주고 채점까지 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재무제표 대리 작성을 요구하는 기업의 회계팀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전문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능력은 없고 외부에 컨설팅을 맡기자니 비용이 문제다. 12월 결산법인은 당장 올해부터 개정된 외감법 시행령의 적용을 받게 되니 전문적인 회계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 기업들이나 비상장 중소업체들은 기존에 감사를 받고 있던 회계법인에 이전처럼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전문 회계인력을 자체적으로 키우거나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 한 코스닥 상장업체는 3년 전부터 회계팀에 속한 직원들을 교육하고 전문인력을 영입해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키워왔다. 이 기업은 올해 회계법인에 자문하지 않고 스스로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회계법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몇몇 회계법인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무제표 작성법을 교육하고 있지만 교육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더 투명하고 수준 높은 감사 업무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인 회계법인들이 나서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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