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승부수] ①만기채 못 막으면 FI에 오너 일가 동부화재 지분 넘겨야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연대보증을 약속해 사실상 동부화재 주식 등을 건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동부팜한농이 디폴트에 처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FI들에게 넘어가면서 동부그룹은 동부화재마저 빼앗길 위험이 있다.
동부팜한농은 2013년 9월에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신규로 큐캐피탈, 원익파트너스 등의 FI들을 유치했다. 이 때 동부팜한농이 채무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아들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딸 김선주씨 등 오너 일가가 동부화재 지분 등을 걸고 연대보증을 서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발행된 RCPS는 주식으로 전환하면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동부팜한농이 신규 투자자들을 모집하면서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부팜한농은 2년 전인 2011년에 도미누스 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FI들에게 매각한 지분 60%를 되사오지 않으면 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 조건에 따라 FI 보유지분 60%와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부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실적이나 성장세가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규 투자 유치가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들이 오너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해 조건부 담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내년 9월 만기까지 RCPS 투자자들에게 3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이 올 들어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6000억원대의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동부팜한농의 차입금(2월말 기준)은 6013억원으로 이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비중이 80.8%에 달한다. 당장 이달 25일에 600억원, 오는 10월 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금성 자산은 28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불과한데 지난 1월 만기 도래한 회사채(800억원)를 상환하며 상당액을 소진했다. 지난달 자회사인 동부팜청과를 550억원에 팔기로 하고 매각대금을 받아 현금을 돌리고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이 디폴트 상황을 맞기 전에 서둘러 매각하려 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모간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 2분기 내 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부채를 제외한 8000억원 안팎의 매매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다. 매각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은 최측근인 곽제동 부회장의 말을 크게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들의 PICK!
곽 부회장은 올해 상각 전 이익(EBITDA) 전망치가 600억원에서 최대 800억원에 불과한 동부팜한농의 가치가 부채를 포함하면 1조4000억~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남호 부장은 7000억원의 대금을 제시하면서 동부팜한농이 2000억원을 재투자하면 후에 시장가격으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일본계 PEF(사모투자펀드) 오릭스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의 부채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 기업가치 1조원 주장은 상당히 무리한 것”이라며 “오릭스에 매각한 뒤 2000억원을 재투자하는 방안은 동부그룹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