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시행 일정에 투자자, 판매사 갈팡질팡

“고객님, 아직 안 돼요. 언제부터 될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7월1일부터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도 주식형펀드에 70%까지 투자 한도가 확대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27일 이렇게 발표했다.
시행 하루 전날인 30일, 증권사들의 준비 현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A증권사 퇴직연금 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은 난처한 목소리로 ‘아직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판매 규정이 나오지 않아 상담이 어렵다’고 답했다.
당국에 문의한 결과 금융위원회의 퇴직연금감독규정이 일정 때문에 미뤄져 내주께 확정될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여러 부처와 함께 일을 진행하다보면 예정보다 시행일이 미뤄질 수는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이나 공지 없이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특히 퇴직연금의 주식형펀드 투자 한도 확대는 금융당국의 정확한 지시 없이는 판매사도, 투자자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번 퇴직연금 건 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발표만 믿고 투자 계획을 짜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연금저축 계좌 이동 간소화 제도도 원래 시행일은 3월30일이었지만 금융감독원 3월26일이 돼서야 ‘업계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4월로 미뤘다.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이 진행사항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나흘 전에 통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시행일도 4월 21일에야 27일부터라고 발표됐다. 4월은 코스피지수가 4년 만에 2100선을 넘어서면서 펀드 환매 니즈가 큰 달이었다. 연금저축 계좌 이동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던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이러한 대처에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연말을 전후해 1인당 3000만원까지 비과세되는 해외주식형펀드와 증권, 은행, 보험 상품을 모두 담을 수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등장한다. 그러나 진행일정이 모호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규 상품 도입을 기다리는 대기자금만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투자는 타이밍이다. 금융당국이 정책 시행 시기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면 투자전략은 짜지도 못한다.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이 결정된 만큼 차질 없이 실행되고 도입 일정도 친절하게 전달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