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식'과 '오차', 불법과 실수 사이

[기자수첩]'분식'과 '오차', 불법과 실수 사이

백지수 기자
2016.06.10 06:30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정의할 때 '분식회계'라는 말을 쓸지 '평가오차'라는 말을 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해운 부실을 가려내지 못한 회계법인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 회계사에게 대우조선해양 사례에 대해 물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 혐의를 언급하며 '분식회계'라고 표현하자 위와 같은 지적이 돌아왔다.

그는 '분식회계'라는 말에는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며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비해 평가오차는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사 개인의 판단 오류라는 것이다. 현행 회계 평가 방식인 IFRS(국제회계기준) 하에서는 회계사 재량이 많이 개입된다면서 의도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인회계사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회계법인(회계사)에게도 책임 소지가 있는지 대해 회계업계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회계법인 입장에서 감사대상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을 저지르면 회계법인으로서는 어떻게 알겠냐고 되묻는다. 회계 외부감사를 할 때 회계사들로서는 감사대상 기업에서 내주는 자료로만 공정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사들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쪽에서는 회계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회장을 뽑고 있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회장 후보인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설령 기업이 감사를 맡은 회계사에게 분식에 가담하라는 압력을 가한다 해도 끌려다니는 건 회계사 책임이자 역량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엔론의 회계 부정 스캔들로 당시 감사인이었던 아서 앤더슨이 완전히 해체됐다. 아서 앤더슨은 미국 5대 회계법인에 손꼽히는 명성을 지녔지만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둘째 치고 그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이 고의적으로 분식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당국이 밝혀낼 일인 만큼 현재로선 의혹만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도적인 분식이 아닌 평가상의 실수였다 한들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실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회계법인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었을 대기업 총수에게 미공개정보(자율협약 신청)를 흘려줘 주식매각을 부추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법과 실수는 백지 한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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