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시달리는 기아차…'통상임금' 소송 암초 만났다

겹악재 시달리는 기아차…'통상임금' 소송 암초 만났다

김훈남 기자
2017.04.17 04:30

[종목대해부] 부진한 업황에 최소 1조 통상임금 소송 결론 앞둬…충당금 0원 부담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국내외 판매부진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 리콜비용으로 힘든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암초'를 만났다. 2011년 10월 소송을 시작한 이후 6년여 만에 1심 결론을 앞둔 것. 만약 패소할 경우 소송 자체로도 1조원대 현금을 즉각 사용해야 한다. 업계는 최대 '2조원+알파(α)'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어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시장 판매가 절반 넘게 줄고, 주요 모델 노후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1분기 미국시장에서도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어닝쇼크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세타2' 엔진 리콜로 증권업계 추정 최대 2000억원대 비용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상임금 소송이 먼 길을 돌아 하필이면 지금 덮쳤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을 포함한 보릿고개를 어떻게 넘어설지 주목된다.

◇法 "상반기 결론 방침"…패소 땐 1조원, 충당금은 '0원'=16일 법조계와 증권·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동조합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통상임금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올해 상반기 중 1심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재판부는 현재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의 성격과 금액을 나눠 정리 중이다. 원고 수가 2만7000명을 넘은 만큼 사안을 나누고 사안별로 상대방인 기아차의 반론을 받는 과정을 반복 중이다.

통상임금 판단의 중요한 기준인 '신의성실의 원칙'(권리행사는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게 해선 안된다는 원칙, 일명 신의칙)에 대한 감정 역시 진행 중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노사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었는지와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가 다음 변론기일인 다음달 25일까지 통상임금 주장에 대한 양측 의견을 정리하고 변론을 종결하면 6월 중 1심 선고를 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가급적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며 "늦어도 올해 안에 1심 선고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책정한 연장근로 등 수당 미지급분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지급받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그동안 회사가 각종 수당을 적게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소송에서 노조가 회사에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은 7458억여원이다. 통상 소송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지연이자 6%를 포함하면 패소시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돈은 1조429억원으로 늘어난다.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1심 판결만으로 가집행이 가능하고 미집행시 지연이자가 불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패소시 즉각 1조원대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증권업계는 패소시 기아차가 부담할 통상임금 관련 비용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올해 이후 임금 협상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기아차 현금 여력이 이번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아차 2016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개별기준 현금성 자산은 7483억원, 연결 기준은 3조641억원이다. 1심 판결금만으로 개별기준 현금성 자산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말까지 1심 판결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실적만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소송에 휘말렸을 경우 매년 충당금을 적립하는 일부 회사들과 다른 행보다. 승소하면 문제없지만 패소시 연결기준 계열사에서 현금을 동원해야 할 만큼 큰 비용충격이 일시에 발생하는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소송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을 적립할 순 없다"며 "소송결과를 보고 비용설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딜러분쟁, 리콜까지…' 악재는 함께 온다=통상임금 충격을 쉽게 흡수하기 어려울 만큼 올해 기아차는 악재의 연속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실적이 부진한 데다 사드 보복조치 같은 영업 외적 리스크도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판매량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1600㏄ 이하 차량에 적용했던 구매세 인하 정책이 마무리되며 수요가 줄어든 데다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反韓) 감정까지 겹쳤다.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폭스바겐 딜러들은 한국 차량을 팔고 자사 차를 구입할 경우 할인혜택을 주기도 하고, 한국 자동차 주문 취소시 선물을 주는 중국 업체까지 나왔다.

게다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했던 인센티브제도가 빌미가 돼 현지 딜러와 분쟁도 벌어졌다. 지난달 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1만6006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68%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5.6% 줄어든 판매량을 보였다.

경차 '모닝'을 제외하면 신차가 없는 점 역시 문제다. 'K5'와 'K7' 세단과 '스포티지' '쏘렌토' 등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후속모델이 시장에 나오며 판매를 주도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예상외 달러약세 현상으로 1분기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회사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증권업계의 기아차 실적전망치(컨센서스)를 살펴보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초 6249억원에서 지난달 6015억원으로 줄었다. 이달 초에는 또다시 5686억원으로 줄어 연초 대비 영업이익 전망치가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회사 실적은 신차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에 달렸다"며 "기아차는 모닝 출시 이후 신차효과가 짧은 데다 중국시장 부진, 통상임금 이슈도 있어 이익 추정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스팅어, 스토닉에 달렸다…신차, 기아차를 구할까=지난해말 3만9250원에 마감한 기아차 주가는 올해초 4만1450원까지 올랐다가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14일 기아차는 3만455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 고점 대비 16.6% 떨어졌다.

주가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도 엇갈린다. 실적 부진과 리콜비용 발생 등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 만큼 반등시기가 임박했다는 의견과 사드, 통상임금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해외 실적을 판가름할 중국 내 반한 정서 지속 여부도 의견이 갈렸다. 다음달 9일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드 분쟁이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과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2기에 돌입하는 올가을 공산당 19차 당대회까지 강경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다만 기아차 실적이 신차 효과에 달렸다는 점에선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와 7월 선보일 소형 SUV 스토닉의 판매실적이 주가를 판가름할 것이란 해석이다.

박상원 흥국생명 연구원은 "기아차 2분기 주가는 중국 리스크 지속 여부와 통상임금 소송 판결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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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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