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누구를 위한 공매도 규제 인가

[우보세]누구를 위한 공매도 규제 인가

송정훈 기자
2017.08.29 17:3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말로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주장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는 형국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한 말이다.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피해 커지고 있는데도 당국이 정작 개선방안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우려해 공매도 공시제도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외했다는 얘기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개선안은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게 골자다. 공매도 비중과 비중 증가율, 주가 하락률 기준을 낮춰 좀 더 쉽게 과열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6월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11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신설 등에 이은 세 번째 공매도 대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외국인이 공매도를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핵심 대책이 빠져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표적인 게 공매도 공시제도 강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공시제도를 강화해 공매도를 주도하는 외국인의 정확한 실체 등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미공개정보 등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활용해 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외국인의 실체가 공개되면 금융당국이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시장의 전체 공매도 금액 중 외국인 비중은 72.12%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82%로 더 높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의 공매도 실체가 공개된 사례가 한 차례도 없다.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공매도 거래를 하면 해당 증권사만 공시하면 돼 공매도 세력의 정확한 실체와 보유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외국계 공매도 세력들이 공시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실체를 숨기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 대한 규제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공매도 규제가 전체 투자자 보호보다는 외국인 보호로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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