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들 조현문 전 사장…'형제의 난' 이후 지배구조 고민 시작돼

효성(276,000원 ▲17,500 +6.77%)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각각 사업부문을 맡아 회사를 경영하던 효성가 3형제 가운데 둘째인 조현문 전 사장이 그해 2월 아버지, 형과 마찰을 빚고 회사를 떠나면서다.
조 전 사장은 2013년 3월 보유했던 지분 6.84%(240만주)를 개장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고 나머지 지분 12만여주도 2014년 초 정리했다.
◇'둘째의 난' 이후 4년 걸친 지분율 강화=조현문 전 사장의 블록딜 당시 조석래 전 회장과 효성가 3형제의 지분율은 32.66%. 이 가운데 7% 가까운 지분이 타인에게 넘어간 것이다. 오너 일가 지분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며 경영권에 위협이 발생했다는 게 당시 재계의 평가다.
이때부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당시 부사장(현 사장)의 지분매입이 시작됐다. 두 형제는 효성 주가가 하락해 저가매수가 가능할 때마다 여유자금으로 지분율을 올렸다. 조 회장은 보유했던효성ITX(12,790원 ▲30 +0.24%)등 계열사 주식을 은행 담보로 맡기고 빌린 돈으로 효성 주식을 모았다.
그 결과 조 회장은 이듬해 7월 아버지 조석래 전 회장보다 지분율을 높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조 회장 형제는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난달 1일 기준 각각 14.27%, 12.21%씩 효성 지분을 보유했다.
조 전 회장 역시 소폭 지분을 늘려 10.18%를 보유하고 있다. 3부자의 지분 합계는 36.66%. 조 전회장의 부인 송광자씨 등 나머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37.48%로 경영권 확보의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건강, 재판 '효성 3.0' 앞당기다=효성은 지난 7월14일 공시를 통해 조 전 회장의 일선 후퇴를 밝혔다. 지난해 말 장남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준 데 이어 대표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1981년 효성중공업 회장 취임 이후 36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는 판단하에 사임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2살이라는 고령과 지병을 고려할 때 일선에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겠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PICK!
조 전 회장은 과거 투병 중에도 가회동 자택에 임원들을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직접 회사 경영을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공덕동 본사에 출근은 하지 않더라도 실적 부진에 대한 가차없는 질책이 이어졌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임기 2년의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것 역시 직접 경영을 챙기려는 조 전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조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표면상 이유는 지병과 고령 등 건강상 이유지만, 자신의 해임을 권고한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한 해임권고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면서 일선 후퇴 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회장은 3월 2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표이사직 사임을 앞두고 상고를 취하, 소송을 종결했다.
증선위의 제재부담이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지배구조 재편 바람이 불고 있는 점 △2014년 시작한 조세포탈 혐의 재판이 아직 항소심 중인 점 △지주회사 전환 시 특수 관계인에게 부여되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 혜택이 내년 말로 끝나는 점 등 3세 경영체제 출범을 늦추기 어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주사 전환 후 과제는? '형님은 지분 강화, 동생은 독립경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조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14%대인 개인 지분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30%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경영권행사를 위해선 지분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조 회장의 지분이 많은갤럭시아컴즈(8,510원 ▼370 -4.17%),효성ITX(12,790원 ▲30 +0.24%), 갤럭시아SM 등 계열사 지분과 지주회사의 지분 교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아울러 갤럭시아SM의 지분 22.41%를 보유한 최대주주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조현준 회장이 지분 80% 들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다. 이들 주식과 지주회사의 교환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 강화가 예상된다.
조 전 회장의 셋째아들 조현상 사장의 행보는 독립경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 회장과 조 사장은 각각 섬유·정보통신부문과 산업자재·화학 사업부문을 나눠 경영해 왔다. 이들 사업부문이 확실히 분리돼 있는 만큼, 조 사장이 산업자재·화학 부문 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독립 경영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