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투협에 "강제규정 시장 자율 침해" 의견 전달…일반투자자 공모투자 기회 박탈 우려도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의 20% 이상을 배정하도록 강제한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증권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 자율을 침해하는 규정이라는 주장과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증권사 IB(투자은행)가 금융투자협회에 일반투자자에게 신규상장기업 공모주의 20% 이상을 강제 배정한 규정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금투협은 이 의견에 대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한 증권사 IB 임원은 "최근 금투협에서 의견을 내라고 해서 해당 규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강제배정 규정을 없애든지, 비중을 현행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금투협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르면 IPO 주관회사는 공모주식의 20% 이상을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해야 한다. 이는 2008년 12월 30일 이 규정이 제정될 때부터 마련된 조항이다. 이 규정 제정 이전에는 금융감독위원회 규정을 토대로 일반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 물량이 50%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 차원에서 일반투자자 배정 비율을 점차 줄였다.
IB업계에선 이 규정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3월부터는 코스닥벤처펀드에 코스닥 IPO 공모주의 30% 이상 배정하도록 하면서, 기관투자자에 할당되는 물량이 감소하자 이 같은 주장이 더욱 거세졌다.
또 다른 증권사 IB 임원은 "공모주의 일정 물량을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하도록 강제한 규정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IPO 기업은 일반투자자에게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데다 공모주라고 무조건 수익을 보는 상품이 아닌데 왜 일반투자자에 의무적으로 물량을 배정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상장된펄어비스(52,500원 0%)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에겐 인기를 끌었지만 일반투자자 공모과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해당 물량을 주관사가 떠안았지만 상장 이후 펄어비스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공모가의 2배 이상 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는 IR이나 미팅을 통해서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기업분석에 대한 노하우와 시스템, 전문인력을 보유했다"며 "일반투자자가 관심을 갖기 어려운 B2B 기업이나 홍보 역량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회사의 가치와 무관하게 일반투자자 청약 과정에서 미달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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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꼭 규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특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주관사가 물량 배분을 통해 일반투자자에 공모주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관투자자 위주의 공모 시장에서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선 강제 규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물량 배분을 주관사 재량에 맡길 경우 일반투자자에게 돌아가는 투자 기회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당 규정을 바꿀 경우 일반투자자들의 거부 반응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IPO 공모주 물량 배정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또 금투협 규정이라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금융위원회와 조율도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 물량 배정을 강제한 규정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는 들었다"며 "다만 지금은 논의 초기 단계로, 해당 규정 수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