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관심확대와 문화변화 이끌었다는 점 긍정적. 중장기 발전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조양호한진(18,640원 ▼1,030 -5.24%)그룹 회장이 27일대한항공(22,400원 ▼2,100 -8.57%)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실패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대주주의 지위는 변동이 없는 만큼 그룹 지배력은 계속해서 행사하지만, 이사회 참석 등 공식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이 가해진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날 대한항공 주총결과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요인이 공존했다고 평가한 뒤, 한국의 주주문화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관심 가장 뜨거웠던 대한항공 주총, 그 자체로 의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와 주주 행동주의는 여전히 논란이 거센 양날의 검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이런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오늘 주총 결과는 충분히 의미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에서 오늘처럼 기업의 주총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이 없었다"며 "(과거 대학교수 시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 주총에서 주주제안하면서 화제 일으켰던 것 말고는 거의 없었다"고 언급했다.
기업 총수라도 도덕성이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대한항공이 보여줬다는 점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는 의미다.
그는 "국민연금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조 회장이 물러나게 됐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며 "내년, 내후년 주총에서 이런 분위기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앞으로 외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져 경영 자율성을 해치거나, 지나친 주주정책으로 기업의 근간을 저해하는 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혔다.

◇KCGI, 국민연금 덕에 목소리 높였지만 다수주주 설득에는 실패=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한진 뿐 아니라 다른 그룹사들도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대한항공은 경영시스템이 흔들리진 않겠지만, 이사진에서 배제된 조 회장의 대외활동에 제약이 가해졌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의 연임이 실패하며 파트너 기업 등과 대외적으로 진행한 사업을 비롯해 기존에 내놨던 기업가치 제고방안 등에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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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한항공의 주총이 시장에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고 센터장은 "조 회장 연임을 무산시키긴 했지만, 이를 주도한 KCGI도 대다수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이는 일반 주주들도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에 보탬이 되는 방향에 손을 들어준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소액주주 140여명에게서 51만5907주(0.54%)를 위임받았으나, 결정적인 의결권은 11.56%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에서 나왔다.
고 센터장은 "29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도 지켜봐야 하는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KCGI의 제안이 근시안적이고 회사의 미래 비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다른 주주들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민연금 역시 대한항공에 단순히 정치적 논리로 접근했다면 여타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인식·주주문화·정책제도 좀 더 보완해야=
앞으로는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업의 중장기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하느냐, 그리고 이를 주주들에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느냐가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에게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고 센터장은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 성장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주주제안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실적개선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거세지는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주주권익 향상과 기업 경영 자율성 보장이라는 2가지 이슈가 순기능을 지니고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도 제도보완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