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SG포럼 기업이 만드는 행복] 박유경 APG 아·태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이사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ESG를 '해야 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아시아 주요 기업들은 이미 ESG 가치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데도 말이죠. 기업 경영진과 직원들 모두 ESG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박유경 APG(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 아·태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이사는 9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포스트 코로나, 한국 경제 시스템의 재편 - ESG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머니투데이 ESG 포럼에서 지난 10여년간의 아시아 및 한국에서의 ESG 트렌드 변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APG는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운용 전문 기관이다. 네덜란드 공적 연금 기금과 민간 교육, 건설 등 각 분야의 연기금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자산운용 규모는 약 690조원에 달한다. 올해 초에는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한 한국전력 주식을 모두 처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심각한 기후 변화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이사가 이날 공개한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주요 국가 거버넌스 순위에서 9위에 그쳤다. 박 이사는 "한국 경제 규모가 전 세계 10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거버넌스 분야에서 한국이 아시아 9위권이라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는 호주,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다.
다행인 점은 한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거버넌스 문제를 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 이사는 "지난 2년간 한국 기업들이 ESG 측면에서 많은 향상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콩 금융투자기관 CLSA이 최근 선정한 ESG 측면에서 가장 큰 향상을 보인 아시아 주요 기업들에 한국 기업 32개가 포함됐다. 주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다.
박 이사는 ESG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투자자 측면에서의 접근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PG의 사례를 예로 들어 "APG는 투자 철학에 책임투자를 한다고 명시해 뒀다"며 "이 같은 선언을 하지 않으면 책임투자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책임투자 측면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화두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기후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ESG를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세계 투자가들은 각 기업들에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를 설명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주권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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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는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의 분발을 주문했다. 그는 "ESG와 관련한 '행동'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ESG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경영진과 직원들이 ESG와 관련한 기업의 경영철학, 문화, 전략 등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ESG를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보드(이사회) 멤버의 철학적 마인드와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중에선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 SK그룹, KB금융그룹을 모범적인 ESG 실천 사례로 꼽았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독려도 당부했다. 박 이사는 "금융위원회가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기업들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거래소도 ESG를 전향적으로 독려하고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는 "기업들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ESG와 관련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투자가들과 주식 시장도 화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