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녹색기준 적용 EU금융 프로젝트, KB금융 국내유일 참여

[단독]녹색기준 적용 EU금융 프로젝트, KB금융 국내유일 참여

황국상 기자
2021.02.15 03:50

[2021, ESG 표준화 원년] < 3 >-①

[편집자주] 올해도 ESG는 경영·투자의 핵심이슈를 넘어 규제 등 형태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머니투데이는 법무법인 지평의 ESG센터와 함께 EU(유럽연합) 등의 규제가 직간접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찰하고 국내 규제 제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파리=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보편적 기후변화 협정이 진통 끝에 최종 채택됐다. 이날 파리 에펠탑에 '클라이밋사인(CLIMATESIGN)'이라는 로고가 비춰지고 있다. 2015.12.13 / 사진제공=뉴시스/신화
【파리=신화/뉴시스】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보편적 기후변화 협정이 진통 끝에 최종 채택됐다. 이날 파리 에펠탑에 '클라이밋사인(CLIMATESIGN)'이라는 로고가 비춰지고 있다. 2015.12.13 / 사진제공=뉴시스/신화

EU택소노미(EU Taxonomy, 유럽연합 녹색산업분류체계) 본격 시행을 앞두고 녹색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실시된 EU 은행들의 시범사업 결과가 발표됐다. 비(非) 유럽권 은행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KB금융이 유일하게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해 글로벌 녹색금융 규제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와 EBF(유럽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EU 지역 25개 은행과 KB금융 등 26개 은행들이 참가한 가운데 핵심 은행 금융상품에 EU 택소노미를 적용해보는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결과를 이달 초 보고서로 발표했다.

◇EU택소노미가 뭐길래?

EU택소노미는 일단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방지 및 통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 등 6대 환경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산업을 녹색산업으로 규정한다.

해당 산업이나 경제활동이 △6대 환경목표 중 최소 하나 이상에 상당 수준 기여하면서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며 △기술선별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등 4단계 검증 절차를 둔다.

이를 통과해야 녹색산업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그린 워싱’(Green Washing), 속칭 ‘가짜 친환경’ 경제활동을 추려내기 위한 기준인 셈이다.

택소노미는 단지 산업을 분류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올해 말까지 EU 관내 은행들은 6대 환경목표 중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2개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을 전체 금융상품 중 얼마나 공급했는지 등을 공시해야 한다.

EU 관내 일반 기업들도 해당 2개의 환경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 전체 매출과 CAPEX(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OPEX(판관비 등 운영적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내년(2022년)부터는 6대 환경목표 전부에 대한 사항을 EU 은행들과 기업들이 각각 공시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EU 택소노미에 ‘브라운’(Brown·환경 부정적)·‘뉴트럴’(Neutral·환경 중립적) 산업의 판별기준까지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는 친환경(그린·Green) 산업인지를 판별하는 기준만 있다. 친환경 산업으로의 자금유입을 가속화시키는 반면 반환경 산업으로의 돈줄을 죄겠다는 취지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개인·기업대출 등 일반상품에 녹색기준 적용하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KB금융을 비롯해 EU 지역의 ABN암로, 바클레이즈, BNP 파리바, 크레디트 스위스, 도이체방크, ING, 소시에테 제네랄, 산탄데르, UBS 등이 참여했다.

이미 EU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녹색채권, 그린본드 등 이름의 친환경 금융조달 수단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은 존재한다. 하지만 은행 재무현황, 일반 기업·개인 대출, 소매금융, 중소기업 여신, 무역·수출금융 등 은행의 전통적 여·수신 상품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은행들은 제각각 ‘그린’ ‘친환경’ 등 이름을 붙인 여신·수신상품 등을 판매해 왔는데 해당 상품들이 실제 EU택소노미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검증해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대출상품이 EU택소노미에 해당하지 않으면 올해 말로 예정된 의무공시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해당 여신상품의 설계·실행·분석에는 UNEP FI 컨설턴트 등이 가세해 검증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들 26개 은행들은 시범 사업 기간 EU·북미·아프리카·한국 등에서 40건의 일반·중소기업 대상 대출이나 여신을 각각 집행한 후 해당 거래가 EU택소노미 규정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대상 40건의 사례에는 일반 소매금융을 비롯 무역금융, 수출금융,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중소기업 대출과 기업금융 등이 포함됐다.

예를들어 파리에 본사를 둔 BNP파리바는 주거개선, 주택에너지 효율 제고 등 목적에서 집행된 개인대출 상품, 와인·우유·주류 등 수송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차량구매를 위한 대출 등이 EU택소노미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했다. 스웨덴 금융그룹인 노르디아(NORDEA)는 산림업자의 추가 산림 취득용 일반대출 상품의 기준 충족 여부를 분석했다.

스페인 소재 BBVA는 환경친화적 활동성과가 높을수록 더 낮은 이자를 적용하는 금융상품을, 크레디트 아그리콜은 대규모 수력발전 댐 사업관련 무역금융 상품을 각각 검토했다.

KB금융은 친환경마크 인증을 받았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출하도록 2009년 출시된 그린그로쓰론(녹색성장대출)을 전남 소재 한 태양광발전 사업자에 집행하는 건이 EU택소노미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U택소노미 적용 프로젝트, 결과는?

26개 은행들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평판 제고 △그린워싱 우려 해소 △지속가능 금융상품 개발 관련 기회발굴 등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반면 △신뢰성 있는 자료 획득의 어려움 △평가절차의 복잡성 등을 이유로 EU택소노미 4단계 판별기준을 적용하기가 극히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들 26개 은행들이 검토한 40건의 케이스 중 EU택소노미에 엄격히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건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부분적으로만 EU택소노미에 해당한다고 분류된 건이 15건이었고 아예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4건, 해당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별된 게 7건이었다.

이들 은행들은 △은행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것 △EU택소노미와 다른 규제와의 비교가능성·호환가능성을 고려할 것 △EU 이외 국가들의 택소노미와 조화될 수 있도록 할 것 △자료수집 및 분석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 △EU택소노미 규정 이행·준수를 위한 산업별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 등 8개 사항을 규제·입법 당국에 촉구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지난해 1~8월 UNEP FI, EU은행연합회 공동으로 실시한 'EU택소노미 은행업 적용 시범 프로젝트'에 비EU권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KB금융 ESG전략부의 박호근 팀장, 문혜숙 부장, 강수연 과장 / 사진=홍봉진 기자
KB금융은 지난해 1~8월 UNEP FI, EU은행연합회 공동으로 실시한 'EU택소노미 은행업 적용 시범 프로젝트'에 비EU권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KB금융 ESG전략부의 박호근 팀장, 문혜숙 부장, 강수연 과장 / 사진=홍봉진 기자

◇KB는 왜 EU프로젝트에 참가했나

KB금융은 2019년 하반기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했다. EU은행연합회는 KB금융을 통해 비유럽권 은행의 영업형태나 기업활동에 대해, 단 하나 뿐일지라도 사례를 얻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KB금융에게도 이번 시법사업은 유익했다. 주요국들이 EU택소노미를 벤치마크로 삼아 각국의 택소노미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먼저 경험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혜숙 KB금융 ESG전략부장은 "올 상반기 제정될 예정인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산업분류체계)도 EU택소노미를 참조해 만들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EU은행들의 이번 파일럿 프로젝트에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문 부장은 "EU가 택소노미만 만든 게 아니라 이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공시규정 등 법령·규제를 오랜 기간 같이 마련하면서 조화를 도모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K택소노미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한국의 경제구조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글로벌 규제와 조화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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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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