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글로벌 로드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를 리스크(위험)가 아닌 신사업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11일 머니투데이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1 ESG 글로벌 로드쇼' 참여 기업들이 제시한 ESG 청사진이다. ESG란 기업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가치(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부문에서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친환경·사회공헌 사업이나 이를 위한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향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기업 IR 발표 세션에선 △CJ제일제당(186,200원 0%) △롯데지주(22,500원 ▲300 +1.35%) △PI첨단소재(18,120원 ▲610 +3.48%) △한국조선해양(355,500원 ▲17,500 +5.18%) △신세계(563,000원 ▲1,000 +0.18%) △SK텔레콤(90,200원 ▲5,100 +5.99%) △롯데쇼핑(134,000원 ▲3,600 +2.76%) △현대모비스(514,000원 ▲34,500 +7.19%) △SK이노베이션(119,400원 ▲3,100 +2.67%) 등 10개 상장 기업이 참여해 각사가 진행 중인 ESG 사업과 목표를 소개했다.

제조업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거나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 현황과 목표를 공유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오히려 생산 비용을 절감하거나 사업 수익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금액이 더 높은 '탄소 제로(0) 선박'을 새 먹거리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LNG(천연액화가스) 선박보다 가격도 비싸고 대기오염의 '주범' 탄소는 배출하지 않는 메탄올 컨테이너선, 암모니아 추진선(2024년 목표), 수소 추진선(2035년 목표) 등을 차례로 개발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려는 복안이다. LNG·LPG 가스 연료를 수소 등 친환경 연료와 혼합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선박도 2028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전체 수주의 50% 이상 물량이 친환경 선박이다.
전기차·스마트폰·디스플레이·연쇄회로기판(FPCB) 등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 PI 필름을 만드는 PI첨단소재는 PI 필름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화학 제품 DMF(디메틸포름아마이드)를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DMF는 PI 필름 제조에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 대부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도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고 확보도 난항이다.
다만 사용한 폐 DMF를 회수한 뒤 정제해 재활용하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원가 절감과 재고 수급 안정화 효과가 기대된다. PI첨단소재는 현재 월간 이용량 3000톤 중 40% 수준인 1200톤을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는데, 정제 설비를 늘리고 재활용 DMF 사용을 늘려 내년에는 전체 사용량의 70% 이상을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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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 업계는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 사례를 소개했다. 자체 개발한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어르신 돌봄에 활용해 위급 상황을 맞이한 독거 어르신을 지난 2년 간 100명 정도 구조했다. 기술을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이용하는 사례를 늘려가면서 IT 기업의 자산인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CJ·롯데·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은 여러 사업 분야에서 ESG 추진을 위한 경영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재료의 구매·생산·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생각하는 선순환 체계 '네이처 투 네이처'(Nature to Nature)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지주는 계열사별로 ESG KPI(핵심성과지표)를 수립해 ESG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1회용품 사용, 고객 개인정보 보호 등 ESG 규제 국면의 위기 요소를 사업 기회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기업 IR 발표를 들으려는 투자자들의 열기도 상당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마련한 좌석은 행사 시작 전부터 빈 곳 없이 들어찼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강연장 뒤에 서서 연사들의 말을 메모해 가며 듣는 참가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기업별 IR(기업설명) 발표 프로그램을 듣고 있던 국내 한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는 "회사에서도 현재 ESG 관련 투자 비중 확대를 검토하는 단계여서 최근 경향을 알기 위해 행사장에 방문했다"며 "아직은 ESG에 대한 개념이나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점점 ESG 관련 논의나 담론 수준이 높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외 IB(투자은행)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블랙록, 피델리티, 웰링턴, JP모간, UBS증권 등 해외 주요 자산운용사와 IB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각 기업의 ESG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자들로 1대 1 상담 부스도 북적였다. SK하이닉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지주, 신세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ESG 상담 부스를 마련해 온·오프라인으로 기관 투자자들과 상담했다. 기업 IR 담당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탐색전을 벌이는 투자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대기업 ESG 담당자는 "요즘 트렌드인 만큼 투자자들이 탄소 배출 감축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린 리모델링이나 친환경 패키지 사용 등 우리 기업의 친환경 정책을 잘 전달했고 투자자들도 만족해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 해외 IB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의장직이 서로 분리돼 있는지, 이사회의 독립성은 보장돼 있는지, 공시는 얼마나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주로 물었다"며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