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 배출 문제를 '죄수의 딜레마' 이론으로 해석한 글이 눈길을 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 사회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개인과 사회의 합리성이 배치되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동안 원유 감산, 군비 감축 등 국제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 사례 역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통해 해석돼 왔다.
양채열 전남대 교수는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기고한 '사회적 딜레마와 ESG: 탄소저감 게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산업사회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이같이 설명했다.
우선 2명의 경기자에게 '탄소저감'과 '현행유지'의 2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한다. 이때 상대방이 탄소저감을 선택할 경우 자신은 같이 탄소저감을 선택하기보다 홀로 현행유지를 통해 탄소를 배출하는 경우 더 높은 보수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현행유지를 고르는 경우에도 자신이 탄소저감을 선택한다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 현행유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즉,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현행유지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이 되는 셈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두 경기자는 모두 탄소를 그대로 배출하는 현행유지 전략을 유지하는데, 결국 사회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논의가 매번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지만, 한 나라라도 이를 어기면 이익을 홀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끝없는 군비경쟁 역시 각자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대표적인 사례다.
양 교수는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사례는 군비경쟁, 기업 간 광고전쟁, 공해상의 어로활동, 공작새의 꼬리 기르기 경쟁 등 무수히 많다"며 "개인적 합리성 추구가 사회적 합리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탄소세, 환경지원금, 탄소배출권 거래 같은 제도를 통해 원인 제공자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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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간을 이타적 행동이 가능한 존재로 상정하는 방식 역시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다. 기존 상황에서는 자신의 상황만 고려해 현행유지를 선택했지만, 상대방의 고통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탄소저감의 효용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과 환경, 사회,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는 '계몽된 이기주의'를 추구하게 된다면 사회적 딜레마를 탈출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운명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높이는 것이 온난화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기심을 상정해 사회시스템을 설계, 운영하되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친사회적 행동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외재적 유인으로만 유지되는 시스템은 결국 ESG 워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