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 25일로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를 일삼는 금융사의 업무관행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선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지난해 3월 25일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시행된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의 △6대 판매원칙, 판매 이후의 청약철회 △문제 발생 시의 손해배상 △위법계약해지 △분쟁조정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은 '금소법 위반 1호'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몸을 사렸다. 기존에 판매하던 상품도 판매 중지하거나 새로나온 상품은 아예 판매대에 올려놓지 않았다.
이는 상품 판매 저조로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은행권 적립식펀드 판매잔고는 19조1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말 20조9068억원에서 10월말 20조429억원으로 줄어든 후 12월 말에는 19조2721억원으로 감소했다. 6개월 새 1조7167억원(8.21%)이 줄었다.
적립식펀드는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에 나눠 투자하는 것으로 은행의 적금과 증권투자의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다. 단기간의 고수익 보다 소액 장기투자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없어 투자 기회를 상실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펀드 상품을 내놓는 운용사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중소운용사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설명의무 강화로 상품가입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면서 고객들은 오프라인 창구 가입을 꺼리고 온라인 가입으로 눈을 돌린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5월 말 개인 공모펀드(퇴직연금·개인연금펀드 제외)의 수탁고 77조 5346억원 중 온라인 비중은 15.7%로 지난해 말에 비해 3%포인트 급증했다.
하지만 금소법의 상품 판매 절차는 오프라인 창구를 전제로 하고 있어 대출성 상품 및 온라인 판매에 있어서는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다. 온라인은 클릭만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돼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대면 온라인 접근에 취약한 노인 등 금융취약자들은 투자기회를 박탈 당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대출 청약철회권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도 늘고 있다.
이처럼 금소법 시행 초기부터 불거진 과도한 규제로 생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현장을 찾는 고객들 역시 절차상 불편을 호소하는 일들이 잦다. 소비자 보호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소비자들도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법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비대면 채널에서도 대면 채널에서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고 관련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보강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