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금융당국과 최대주주 지분 블록딜의 경우 인수하는 기관투자자도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보유물량 '락업' 등의 규제를 받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분을 '깜짝' 매도하는 최대주주나 최고경영자(CEO), 주요 임직원은 매도 계획서 사전 제출 의무도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직접 발표한 공약의 일환이다.
29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위원회로부터 공식 업무보고를 받은 인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 측은 "이번주까지 추가 업무보고를 받고 당선인 공약에 부합하는 핵심 정책을 국정과제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자본시장에서 기업과 투자자가 공정하게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보호, △상장폐지 제도 정비, △내부자 지분 매도 제한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중 내부자 지분 매도 제한은 작년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주요 임직원이 상장 두 달만에 900억원어치 지분을 블록딜로 팔아치운 일명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 당선인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후속 대책을 마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필요한 규제를 선별하기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인수위 내부 논의에서 필요한 '핀셋 규제'와 일반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꾸준히 쟁점으로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최대주주나 지배주주가 블록딜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를 인수하는 증권사 또는 글로벌 투자은행(IB)가 시장 투명성을 위한 보고 의무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 으로 이미 시행중인 내용이다.
예컨대 최근 '1조3000억원 단위 블록딜'이 이뤄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기관투자자는 골드만삭스, JP모건, KB증권 등이다. 이들은 지난 23일 장 마감 이후 삼성전자 지분 1994만1860주의 블록딜 작업을 진행했다. 인수위가 검토중인 '규칙 144조'를 적용하면 블록딜을 인수한 기관투자자는 특정기간 재판매에 제한을 거는 '락업' 조항이 생긴다. 또 회사의 사업설명이나 재무제표, 임원 등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블록딜로 주식을 샀지만 사실상 증권발행과 비슷한 수준의 '인수인(underwrite)' 자격을 부여하는 셈이다. '깜깜이 블록딜' 을 제한해 주식시장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고안된 이 제도는 일명 '규칙 144'로 불린다.
또 상장사의 최대주주와 경영진, 회사 재무·기획 파트 등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부서의 임원이 자사 주식을 팔 때 미리 처분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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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행중인 '기업내부자 투명성기준 활성화법'을 토대로 법개정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보유주식 거래 전 금융감독당국에 사전 거래계획 신고서(10b5-1)를 제출해야 한다. 경영진과 핵심 부서의 임직원도 마찬가지로 신고서를 제출해야 추후 미공개중요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 처벌에서 제외해준다.
금융당국은 먼저 우선 거래소 내부 규정을 신설해 상장사에 지분 매각 계획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최소 3개월(1분기) 전 주식 처분 계획을 제출토록 한다. 또 단일 매도 물량이 시장과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분할 매도를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상황으로 인해 실제 매각하지 않을 경우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일론머스크 테슬라CEO가 작년 9월 (테슬라) 주식 매각 계획을 세운 뒤 SEC에 제출하고 12월까지 나눠서 매도한 게 대표적 사례다. 머스크는 세금납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 목적으로 주식 매도 의향을 공개했다. SEC는 최대주주의 매도 물량이 총 발행주식의 1%를 넘기지 않는 점도 규제했다. 당시 머스크는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40억달러(약16조6300억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주요 주주의 대형 블록딜이 해당 종목의 '오버행' 이슈로 남겨진 소액주주들이 주가 폭락의 피해를 받는 일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블록딜 우려가 잔존하는 삼성전자 주가를 비롯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카카오 페이 주가 회복 탄력이 없는 점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수립을 고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