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잭슨홀 쇼크' 韓증시 블랙먼데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폭탄 발언이 '검은 월요일'로 이어졌다. '파월 쇼크'와 '킹 달러'에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며 2400대 초반으로 밀렸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양적긴축이 9월부터 다시 가속화되며 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59억원, 5587억원을 순매도했다. 공포 속에서도 개인은 599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 중에서 금융투자와 사모펀드가 각각 3835억원, 1200억원 대량 순매도를 단행했다.
이날 하락으로 하루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41조3550억원이 증발했다. 기관 매도에 코스피 시장에선 822개 종목이 하락했다. 상승 종목은 86개 그쳤다.
시총 상위 100종목 중에선 92개 종목이 하락했다. 삼성전자 2.33% 내렸고 카카오는 5.00% 하락했다. NAVER도 3%대 낙폭을 나타냈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가스공사 씨에스윈드 등으로 에너지·방산 업종이었다.
일본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대비 762.42포인트(2.66%) 떨어진 2만7878.96에 폐장했다.
환율은 13년4개월만에 1350원대를 돌파하며 1400원대에 근접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장중 1350.8원까지 치솟았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7일 잭슨홀 연설에서 "중앙은행은 낮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지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를 강하게 언급했다.
파월은 아직 긴축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는 '파월 피봇(입장 선회)' 신호를 기대하며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은 금융시장에 실망감을 주는 매파적 메시지였다.
그는 "경제성장 둔화, 노동시장 여건 악화, 가계와 기업에도 약간의 고통이 오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경기침체 위험과 금융시장 불안에도 당분간 시장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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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쇼크'에 지난 6월 폭락한 세계증시는 7~8월 짧은 서머랠리를 가졌다. 서머랠리의 근거는 연준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이번 잭슨홀 연설로 내년 초 금리인하 기대감은 사라졌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파월의 매파적 발언은 피봇(입장 선회) 기대감을 꺾는데 성공했다"며 "특히 마지막에 '1980년대 볼커의 교훈'을 따르겠다고 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19% 인상해 경제에 충격을 줬다.
이 팀장은 "파월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금리를 올리겠다는 계획 없이 '볼커처럼 하겠다'고 선언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파월의 강경 발언에 따라 오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빅스텝(50bp)이 아닌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잭슨홀 연설로 내년 초중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졌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장기화 또는 고착화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금리인상과 더불어 오는 9월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꺼낼 카드는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다.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매입한 채권이 만기 도래시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거나, 채권을 매도해 시중에 풀린 돈을 직접적으로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연준은 매월 475억 달러를 감축 중인데 9월부터는 매월 950억 달러를 감축 예정이다. 이는 2018년~2019년 양적긴축 당시 매월 300억 달러를 감축했던 것과 비교해 그 속도가 3배 이상 빠른 것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월부터는 금리인상보다 더 중요한 관문인 양적긴축 속도가 두 배가 된다"며 "양적긴축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조치로 금융시장 충격이 더 클 수 있어, 9월 이후 당분간 시장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