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무원연금 수익률 악화…"금리 인상" 채권투자 말려도 무시했다

[단독]공무원연금 수익률 악화…"금리 인상" 채권투자 말려도 무시했다

김평화 기자
2022.09.08 05:03

리스크관리위원회 독립성 저하 우려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이 채권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리스크관리위원회(리관위) 의견을 무시하고 채권 재투자를 강행, 수익률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리관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며 약 8조원 규모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공무원연금의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지적이 나온다.

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리관위는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자산 비중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투자 자산의 변동성 위험한도를 넘긴 상태였는데 이 한도를 줄이려면 보유 채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자금운용단은 채권을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시장금리에 금리인상 예정분이 충분히 선반영됐다는 논리를 폈다. 오히려 국내채권을 '저점매수'할 기회라는 의견으로 맞섰다.

그사이 공무원 연금이 보유하던 채권 일부(2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했다. 자금운용단은 이중 절반 이상에 대해 재투자를 강행했다. 리관위는 현금화 정도에 규정상 제약이 있다면 금융자산투자위원회나 리관위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이 의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열린 리관위 회의에서도 위원들은 "굳이 재투자를 서둘러 할 필요가 있었냐"고 지적했다. 만기도래로 현금화된 채권을 현금이나 전단채로 보유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자금운용단은 '5월 초 물가 피크아웃론'을 꺼냈다. 한 관계자는 "금리가 조금 더 상승해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 기회로 볼 수 있다"며 "양면적인 점을 고려해 공격적이지 않는 선에서 매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리관위 소속 한 위원은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명제가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에 주안점을 두고 리스크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이 운용중인 금융자산 중 채권 비중은 6월말 기준 39%(2조6172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채권투자 운용수익률은 -6.8%로 총자산 수익률 -4.79%보다 낮았다. 채권비중을 줄이라는 리관위의 의견을 무시한 결과가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공무원연금 리관위는 △리스크관리 전략·정책 결정 △금융·실물자산 운용 위험측정 △분야별 리스크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공단이나 자금운용단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다. 눈치보지 않고 '쓴소리'를 해 투자 리스크를 줄이자는 취지로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자금운용단이 '채권비중 조절'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리관위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리관위 위원은 "리관위에서 여러 위원이 금리인상 위험 노출을 줄여야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자금운용단은 이러한 의견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무원연금 이사장이 리관위 인사에 지나치게 관여해 독립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리관위 2명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리관위 위원장 등의 의견은 무시되고 공단과 이사장이 추천한 인물이 선임되면서다.

리관위 소속 한 위원은 "리관위에 가장 필요한건 독립성"이라며 "리관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도 않으면 공단의 리스크 관리기능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공무원연금 기금을 통한 의무지출은 22조69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무원 연금 수급자 수는 올해 60만7000명에서 2026년 73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공무원연금 기금 재정수지 적자는 4조6927억원으로 올해 3조730억원 대비 53%(1조6197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2024년 5조6013억원 △2025년 7조3267억원 △2026년 8조212억원 등으로 적자 폭을 늘려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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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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