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토큰증권 시대 열린다③

이르면 내년부터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 시대가 열린다. 금융당국이 ST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 행보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불명확하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관련 생태계 육성 효과가 발현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ST를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해 자본시장법 규율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ST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과 특허·저작권에 기반한 디지털자산으로 조각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 △직접 ST를 등록·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ST를 제도권으로 가져와 투자자 보호 장치 등 증권 규제를 적용하고 조각투자, 비정형 증권 등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시장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위는 STO를 위해 분산원장 방식의 계좌관리를 허용하되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ST 발행인이 증권사, 은행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STO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제도다. 투자계약증권, 수익증권 등 비정형 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도 신설한다. 장외거래중개업에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을 적용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중개업 요건은 추후 정한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원내 TF뿐 아니라 외부전문가 TF를 통해 본격적인 증권성 판단 업무 준비에 나섰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업계와 간담회 및 설명회를 진행하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증권성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제공할 방침이다. 증권성 판단 업무는 3월부터 시작한다.
ST 발행 총량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리한다. 예탁원은 양도가능성, 대체가능성, 법령 준수 등 ST의 증권 외형적 요건 심사도 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ST 거래를 위한 '디지털증권시장'을 시범 개설할 예정이다. 기존 증권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상장은 발행인 선택사항이다. 거래소는 디지털증권시장에 현행보다 완화한 상장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ST 제도권 편입으로 다양한 소규모 장외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던 장외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다양한 증권이 그 성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다변화된 증권 거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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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STO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도 증권사와 협업과 관련 기술 개발 및 투자 등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예탁원은 9일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 비상장 플랫폼사, 블록체인 기업 등 22개 업체와 STO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구체적인 STO '시장의 룰'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증권 판단 기준부터 모호하다는 평가다. 증권 해당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로 나눠 예시를 내놨음에도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과 관련한 혼란이 여전하다. 금융위는 ST 발행·유통·취급 당사자에게 증권 판단과 규제 준수 책임이 있다면서도 규제 우회 시도에 대해선 적극적인 법 해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위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이번 방안은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을 전제로 한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법 개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반기부터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입법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ST 외 디지털자산을 규율하기 위한 법 제정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거래소가 알아서 하라는 건데 가이드라인 자체가 불명확하다"며 "디지털자산 시장은 24시간 전 세계가 연동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ST와 관련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의 룰을 정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