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경쟁 증권그룹, 성장전략만큼 다른 후계구도 포석 '눈길'

선두경쟁 증권그룹, 성장전략만큼 다른 후계구도 포석 '눈길'

지영호 기자
2026.01.05 17:25

한국투자증권 사옥
한국투자증권 사옥

미래에셋증권 사옥
미래에셋증권 사옥

서로 다른 성장전략을 토대로 증권업계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오너 후계구도를 위한 포석에도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신사업과 미래가치에 베팅해온 미래에셋은 2세를 혁신사업 담당으로 배치한 반면 한국투자는 그룹 구조 학습에 초점을 맞춘 경영수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양 그룹의 선두경쟁은 1993년 동갑내기의 학습성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남 박준범 심사역은 올해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를 시작했다. 배치된 부문은 자기자본투자(PI) 파트로 미래에셋증권 내에서 신성장 산업과 혁신 기업 투자를 전담하는 전략 조직이다. 박 심사역은 이곳의 선임매니저로 활동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경제학을 전공한 박 선임매니저는 2020년 넷마블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 2022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선임 심사역으로 근무했다.

김남구 한국투자증권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윤 대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 확보 타이밍이 눈길을 끈다. 그는 2023년 3분기 처음으로 지주 주식을 0.09% 사들인 후 2024년 상반기 0.6%까지 늘렸다. 지난해 1분기 7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16만원대를 보이면서 김 대리의 지분가치도 200억원대에서 5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추가 매입은 하지 않고 있어 저평가 시기에 지분을 늘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리는 투자은행(IB) 부문·경영전략실·미국법인 등 핵심부서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생으로 영국 워릭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9년 한국투자증권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업계의 관심은 두 후계자가 각 그룹의 사업 축과 맞물려 성장 경로를 그릴지에 집중된다. 그동안 쌓아온 이력과 현재 맡은 역할이 그룹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박 선임매니저는 벤처투자 경험이 핵심 자산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을 발굴·심사해온 경력은 미래에셋증권 PI 부문과 맞닿아 있다. 미래에셋증권 PI 조직은 신성장 산업, 글로벌 혁신 기업, 플랫폼·테크 기반 투자에 강점을 두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장기·혁신' 투자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때문에 박 선임매너저가 공동투자나 보조적 역할을 넘어 벤처·성장기업 투자를 증권사의 IB(투자은행), 글로벌 자산운용 네트워크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벤처투자–PI–글로벌 IB로 이어지는 내부 시너지 구조를 주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입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리는 상대적으로 더 긴 호흡의 경영 수업에 초점을 맞춘 행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투자증권그룹은 전통적으로 운용·IB·리테일 전 부문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조해 왔다. 김남구 회장 역시 실적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중시해왔다. 김 대리가 사원으로 입사해 내부 조직을 경험하는 동시에 지주 지분을 직접 늘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지주회사 차원의 자본 배분과 계열사 전략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증권·자산운용·PE(사모펀드)를 아우르는 한국금융지주의 사업 구조 속에서 지주와 핵심 계열사 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강화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두 후계자의 성장 경로가 그룹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은 투자 중심, 글로벌 확장과 혁신 산업 발굴을 통한 '공격적 성장'이, 한국투자는 내부 통제와 자본 효율을 중시하는 '안정적 확장'이 각각 후계자 육성 방식에도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결국 후계 구도의 성패는 지분이나 직함보다 각 그룹의 핵심 사업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해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PI와 벤처투자를 고리로 한 미래에셋식 성장 모델과 수익성 중심의 검증된 사업을 토대로 성장해 온 한국투자식 모델의 대비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1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1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 [email protected] /사진=배훈식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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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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