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퍼졌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던 국내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 금, 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상승 피로감이 컸던만큼 워시 지명 이벤트가 조정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도 2조200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4거래일 만의 코스피 약세를 주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4조6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급락을 조정 매수 기회로 삼았다.
시장에 워시 지명에 출렁인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줄면서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고 양적 완화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매파적 성향으로 여겨져왔다. 지난 2006년부터 연준 이사를 지냈던 워시 지명자는 2008년 당시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2010년 양적완화(QE) 정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워시 지명자는 QE 정책에 대해 "공짜 점심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로 작용했다.
다만 워시 지명자를 '매파 성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인터뷰 등에서 AI(인공지능)를 통한 생산성 개선이 경제 전반의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을 유발할 수 있고 기준금리를 더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준에 금리 인하를 꾸준히 요구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워시 지명자가 이를 반영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 경우 오히려 연준 독립성에 대한 문제가 야기되며 불확실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워시 지명 이후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며 "과거 연준 이사일 때 매파적 성향과 트럼프 정부의 금리인하 요구에 동조하는 게 상충된다는 점을 시장은 경계한다"고 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최근 한 달 간 23.97%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차익실현의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S&P500,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43%, 0.94% 내리는 데 그쳤지만 최근 상승 폭이 컸던 금, 은은 각각 11%, 26% 급락했다.
이에 국내 증시의 쉼없는 상승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올해 금리인하 전망은 1~2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어 워시 지명 이벤트가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그동안 워낙 가파르게 올라온 만큼 차익 실현에 따른 속도 조절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