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를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소수주주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 안건을 포함한 7개 주주제안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트러스톤은 지난 2019년부터 태광산업에 투자해 온 장기투자자로서 8년 동안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회사가 이를 철저히 묵살함에 따라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으로 소수주주가 보유한 유통주식 23만 주(21.1%) 전부를 매입하여 상장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만약 자진 상장폐지를 하지 않겠다면 △채이배 전 의원 및 윤상녕 변호사를 분리선출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할 것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도입할 것 △성수동 등 비영업용 자산의 가치 환원을 위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거나 개발할 것 △20년 넘게 회사측이 보유해온 자사주 24.4% 중 20%를 즉각 소각할 것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해줄 것 △극도로 낮은 주식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1:50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것 등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지배주주 이호진 회장의 상속세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상장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광산업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은 0.2배로, 코스피 827개사 중 816위, 전체 상장사 2522개사 중 2478위에 달하는 최하위권이다. 특히 4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가치를 반영한 실질 PBR은 0.17배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1%대에 불과하며, 소수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총액은 1년에 4억 원 수준이다. 특히 태광그룹 3개 상장사(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화재)의 10년 평균배당성향을 따져봐도 1.3%에 그친다.
반면 흥국생명 흥국증권 등 태광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33%로 상장사 대비 30배나 높다. 트러스톤은 그룹차원에서 상장사의 배당성향을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자산 배분 비효율성과 이사회의 지배주주 편향성 역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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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의 2.4배에 달하는 투자자산과 4배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하고도 주주 가치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며 "회사가 상장사로서의 의무를 다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소수주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장 폐지하는 것이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다음달 11일까지 회사의 전향적인 답변을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모든 주주와 함께 표 대결에 나설 계획이다.
태광산업 측은 업황 부진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때라고 반박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불황 속에 태광산업은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기업가치 제고방안은 자산매각이나 액면분할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미래의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러스톤은 또다시 소액주주 주식 매입과 상장 폐지를 주장하며 지분을 팔고 떠날 생각에만 골몰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