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주주 정민교 대표가 최대 2800억원에 달하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이행 의무를 지고 있는 채비가 1년새 부채비율이 약 1.8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IPO(기업공개)를 앞둔 전기차 충전 인프라업체 채비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신규 차입 등을 통해 부채비율이 200%로 상승하는 한편 영업손실은 296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채비는 손실·부채에 대해 "성장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급속 충전기 가동률 상승과 함께 수익성 개선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채비의 실적 개선 속도는 상장 후 6개월 내 일반 청약 배정의 7배가 넘는 재무적투자자(FI)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기다리는 점과 맞물려 투자 수익률에 관건으로 꼽힌다.

6일 채비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채비의 부채비율은 200.3%로 전년(109.5%)에서 1년 만에 90.9%포인트(p) 올랐다. 부채 급증은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5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에서 빌린 294억원 이자율은 연 8.0%로 다른 차입처인 중소기업은행 대출(3~5%대)의 두 배에 가깝다. 매출액은 1017억원으로 19.6% 증가했으나 누적결손금이 1891억원으로 21.7% 늘어났다. 손실을 입고 있음에도 상장 추진이 가능한 것은 한국거래소의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채비는 PEF(사모펀드)로부터 대량의 출자를 받은 결과 출자자 지분율이 최대주주인 정 대표(상장 전 38.24%·상장후 30.15% 추산)를 웃돈 상태다. 앞서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7월(시리즈B, 주당 1만381원)과 2023년 5월(시리즈C, 주당 1만1761원)에 걸쳐 총 약 1100억원을,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B메자닌캐피탈제4호사모투자합자회사는 2023년 6월(시리즈C, 주당 1만1761원)에 약 607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스틱과 KB 측 펀드 지분율만 해도 상장 전 기준 각각 26.49%, 13.72%에 해당한다. 시냅틱 미래성장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 아테네제일호 유한회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 리빌딩챔피언 제1호 PEF까지 합산하면 사모펀드 지분율이 48.4%(상장 후 38.17%)에 달한다. 일반 공모 배정물량이 250만~300만주인 것을 감안하면 사모펀드 출자분(1820만주)은 6.1~7.3배다.
이 가운데 아테네는 상장 첫날부터, 시냅틱·웰투시는 1개월, 스틱·KB메자닌은 6개월이면 보호예수기간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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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틱과 KB메자닌캐피탈 측과의 투자계약상 채비는 적격상장(투자단가에 연복리 8%를 적용한 가격 이상으로 상장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각 투자일부터 연복리 15%를 적용한 가격으로 최대주주 개인이 주식을 되사들이는 풋옵션 의무가 걸려 있다. 투자 시점부터 4년 10개월~2년 11개월치 복리가 쌓인 것을 감안하면 이행 금액이 최대 28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적격상장 기준가격은 스틱 시리즈B 기준 1만5035원, KB 시리즈C 기준 1만4697원으로 현재 채비의 희망공모가 하단(1만2300원)으로는 충족이 안 된다. 다만 채비는 지난 2월 상장 완료 시에는 적격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풋옵션 조항을 소멸시키는 변경합의를 체결했다. 풋옵션이 발동될 가능성을 낮춘 것이지만 IPO가 PEF는 물론 채비와 최대주주 본인에게도 재정적으로 중대 과제였음을 보여준다. 정 대표는 회사의 장단기차입금에 대해 453억원의 개인 지급보증도 섰다.

채비가 영위하는 전기차 충전대행(CPO) 사업은 핵심 부지를 선점해 장기 계약을 체결한 뒤 충전소 가동률이 올라가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채비 측은 "가장 많은 공공부지를 선점해 인프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 1~3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배(기후변화대응부 기준) 늘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채비 측은 상장 의의에 대해서는 "급속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성장자금 확보 차원"이라며 "공모를 통해 현재의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시장 내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채비는 이미 많은 공공부지를 선정해 인프라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채비를 비롯한 충전사업자들의 노력으로 과거 대비 전기차 충전 접근성은 상당 부분 개선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