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빚내 주식 샀는데, 기업은 시장서 돈 못 빌렸다

개미는 빚내 주식 샀는데, 기업은 시장서 돈 못 빌렸다

김지훈 기자, 김경렬 기자
2026.06.11 16:5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회사채 순발행 323억…전년比 99.8% 급감

회사채 발행통계/그래픽=윤선정
회사채 발행통계/그래픽=윤선정

올 들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사실상 전액 빚 상환에만 쓰고 IPO(기업공개)는 반토막 나는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돈맥경화에 빠졌다.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따라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정작 기업들은 시장성(회사채·IPO·증자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 은행 대출로 방향을 트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이란 전쟁발 금리 불확실성,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2025년7월 시행) 등 정부 제도, 국내 증시 변동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됐다.

1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은 올들어 사실상 시급한 차환 외에 자금조달이 중단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집계 기준 올해 1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59조6147억원, 상환액은 59조5824억원이었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순발행액은 32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회사채 순발행액이 19조6276억원에 비해 99.8% 감소했다. 은행권 대출 등 대안을 검토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축소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IB(투자은행) 업계 임원은 "미래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대신 은행을 통한 차환 등 대안을 찾고 있다"며 "회사채보다 아직은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우호적인 기업이 있고, 은행은 생산적 금융 정책으로 인해 기업 대출에 대해 적극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은행이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회사채시장에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미국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따라 최근 BBB- 등급 금리가 10%에 달한 상태가 고착화했다. BBB+ 등급인 동화기업은 지난달 진행한 1년6개월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희망 금리를 5.5~6.5%로 제시했으나 단 한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코스피 지수가 하락 출발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8분 25초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고 공시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달 18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2026.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코스피 지수가 하락 출발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8분 25초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고 공시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달 18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2026.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채권 발행에 이어 IPO도 부진에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기업공개(IPO) 건수는 21건으로 전년 동기 보다 17건(44.7%) 줄었다. 같은 기간 IPO 공모금액은 1조474억원으로 51.1% 감소했다. IB업계는 IPO 시장에서 중복상장 규제(7월 시행 예정)를 앞둔 상황에서 상장 주선인 책임 강화 등 현재 적용되고 있는 규제까지 겹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유상증자도 감소했다. 한국거래소 통계 기준 올해 1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진행된 유상증자는 213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0건(4.48%) 줄었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증가액은 12% 줄어든 7893억원에 머물렀다. 유상증자가 주주 가치 희석이란 비판을 받아온 여건에서 상법상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강화 등 규제까지 맞물리자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설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주가 변동성까지 커지면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다른 자금조달 방식까지 기업 입장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며 "미국-이란 전쟁, 반도체 사이클(산업 성장 주기) 등이 변수겠지만 현재 같은 주가 변동성이 유지되면 유상증자까지 연쇄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코스피시장에선 가장 까운 시점인 전날(매도 사이드카)을 합쳐 올들어 24회 사이드카(매도 12회·매수 12회)가 발동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 연중 발동했던 사이드카(26회)에 근접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6년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6조9000억원 늘며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개인의 주식 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가계대출 증가분에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김경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경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