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은 기업가치보다 포지션 축소와 위험관리라는 수급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삼성전자(208,500원 ▼11,500 -5.23%)와 SK하이닉스(1,401,000원 ▼149,000 -9.61%)에 쏠렸던 시장 자금이 중소형주로 순환하지 않고 고스란히 빠져나가면서 이틀째 급락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29일 코스피는 심리적 지지선인 6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진 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발생한 비정상적인 시장 침체 상황으로 보고 반등 트리거(계기)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정규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이틀째 내렸다. 이 기간 낙폭은 16.82%에 이른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 9114.55(지난 6월 22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25거래일 만에 37%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 시장 수급을 살펴보면 이날 정규장 마감 시간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3조724억원, 7891억원어치 주식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에 반해 기관은 3조78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금은 금융투자사가 56% 비중(2조1217억원)을 차지했다. 앞서 코스피가 1만포인트를 향해 랠리했던 때와 수급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금융투자사의 주식 순매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ETF(상장지수펀드)와 스왑을 통한 외국 기관의 거래 물량으로 봤다.
코스피지수는 전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의 약 50%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와 함께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5.23%, 9.61% 각각 내렸다. 이들 업종과 지분, 업무 관계로 엮여 있는 SK스퀘어,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도 같은 기간 8.11%, 6.84%, 6.39%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37만원, 28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보다 33% 하향한 수준이다. BNK투자증권도 이날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낮췄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AND(낸드) 계약가격 하향 가능성에 따른 주가 조정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공정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기 국산화 이슈가 이어졌다"며 "이번 이슈에 따른 업계 전반의 주가 하락으로 목표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전문가들은 코스피 폭락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반등 신호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고점이 높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최근 하락 속도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상승 국면에서는 주가와 이익이 함께 올랐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이익 전망보다 밸류에이션이 먼저 무너졌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또 "반도체 쏠림을 피해 있던 업종까지 적정가치 아래로 밀렸고 장중 가격은 기업가치보다 포지션 축소와 위험관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며 "순환매는 반도체 주가 하락이 끝나는 시점과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는 시점에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 셀링하고 있다는 점이 오늘 폭락의 본질"이라며 "중요한 것은 반등의 트리거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의 실적과 현금흐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 △7월 FOMC 등을 주요 트리거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