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아파트 통신장비실… 도청도 가능?

허술한 아파트 통신장비실… 도청도 가능?

이학렬 기자
2010.05.25 11:57

통신사 직원 사칭해 MDF 출입 가능…"보안조치 철저 필요"

KT(60,100원 ▲800 +1.35%)가 아파트 통신장비실(MDF실)에서 불법으로 다른 회사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빼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술한 MDF실이 도마에 올랐다.

◇MDF실에서 무슨일이…

25일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KT 직원 2명은 대구시 달서구 모 아파트 MDF실에서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전화번호를 몰래 빼냈다.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SK브로드밴드 가입자 통신 포트에 연결한 뒤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발신자 번호를 알아낸 것이다. 통신 포트에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연결하면 통화 내용까지 엿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에 적발된 KT 직원들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털어놓아 아파트 MDF실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MDF실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MDF실은 통신사 직원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MDF실은 통신회사들이 인터넷망이나 전화선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아파트 등에 설치한 공용 공간이다. 잠금장치가 있지만 통신사 직원들은 필요하면 언제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얻어 출입할 수 있다.

MDF실 내부는 더욱 허술하다. 각 통신사들의 통신장비가 나란히 배치돼 있을 뿐, 회사별로 별도의 잠금장치를 해두지 않는다. 장애처리용 전화기를 통신포트에 연결하는 작업이 어렵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직에서 조금만 일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전화번호를 몰래 빼낸 KT 직원은 기술직이었으나 지난해말 구조조정으로 영업직으로 발령난 사람이다.

통신사 직원이면 누구나 MDF실에 들어갈 수 있고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내용까지 엿들을 수 있는 셈이다. 통신사 직원을 사칭해 MDF실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불법 도감청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보안조치 강화해야

전기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구내통신설비는 통신장비 운용에 필요한 시험·감시 및 통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구비해야 한다. 잠금장치는 이같은 보안조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MDF실은 아파트 주민의 소유지만 MDF실내에 설치된 통신장비는 통신회사 소유다. MDF실에 대한 접근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철저하게 출입통제를 해야 하고 통신사들은 자사 통신장비에 대한 잠금장치 등을 갖춰야 하는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보안 처리하도록 돼 있다"며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통신설비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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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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