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지난 20일 '코리아 풀(Korea Pool)' 복원(?)에 합의했다.
이로써 오는 11월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SBS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확보한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월드컵 등 2016년까지 총 4경기 모두 공동중계의 길이 열렸다. 또, 2018년부터 열리는 올림픽·월드컵 경기는 '코리아 풀'을 통해 중계권 협상을 한다. 이번 합의로 지상파 방송3사는 그동안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해, SBS의 남아공월드컵 독점중계로 불거진 방송사간 송사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방송가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SBS의 단독중계 논란이 매듭지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내용에 '코리안풀'을 어기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KBS와 MBC는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를 강행하던 SBS를 향해 "SBS가 코리아 풀 협상 내용의 잉크 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SBS 역시 "과거 KBS나 MBC가 협상을 깨고 단독중계권을 따냈던 상황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받아쳤다.
이같은 상호비난의 과정을 살펴보면 최소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했을 법도 한데 이번 역시 그저 '구호성 합의'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만일 누군가 합의를 다시 파기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지가 없는 것이다. "자기네끼리 만들고, 그 중 누군가가 약속을 깨고, 그런 다음에 다시 합의하는 식의 행위를 거창하게 '복원'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은 좀 우습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방송업계는 이제 모든 공은 방통위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SBS의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코리아 풀'을 누가 먼저 깼느냐보다, 유료방송에 의존하고 있는 수도권 방송사인 SBS가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해야하는 주요 스포츠 경기를 독점중계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방통위가 법에서 규정한 '국민 전체 가구수의 100분의 90 충족 의무'에 유료방송을 포함, SBS가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는 방송수단을 확보했다며 '면죄부'를 준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받아 전국방송을 하는 KBS조차 직접수신가구 비율이 10% 전후에 그친다. SBS는 아예 서울경기수도권 지역에서 허가를 받은 지역방송사다. 지역방송 및 유료방송에 의존하지 않고는 '전국 100분의 90'은 불가능하다.
방송사간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하는 방송수단의 범위에서 유료방송을 제외해야 한다. 이는 특정 방송사가 풀을 파기하고 중계권을 따오더라도 무조건 타 방송사에 공동중계 협상에 요구해야하는 의무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도 '코리아 풀' 파기를 막는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SBS는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행정소송은 취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BS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이 '코리아 풀 파기와 복원'이 아님을 알고 있고, 이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정부의 엄격하고 신중한 판단이야말로 시청자를 볼모로, 자본의 논리로 방송이 좌우되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