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 게임 산업의 '이상한 승리'

[기자수첩]국내 게임 산업의 '이상한 승리'

김상희 기자
2011.12.14 05:00

"이상한 승리는 있어도 이상한 패배는 없다." 일본 프로야구 명장 노무라 감독의 명언 중 하나로 운 좋게 이기는 경기는 있을 수 있어도 이유 없이 지는 경기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보면 지금까지 '이상한 승리'를 해온 듯 하다. 15년의 짧은 역사 동안 게임 산업은 매출 7조 원대, 수출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게임은 가장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이자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이상한 승리인 이유는 게임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게임은 여전히 사행성, 중독성 논란으로 규제 대상에 더 가깝다.

지난 달 시행된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금지하는 제도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전한 인터넷 이용문화를 만든다는 취지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하지만 성인 이용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 외국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은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됐다. 또 셧다운제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중소업체나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도 게임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청소년 게임의 아이템 거래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 게임도 성인 이용자가 많고 아이템 거래는 대부분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아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각종 규제와 제약 속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힘겹게 성장하는 틈을 타 중국 게임 산업은 정부의 폭넓은 지지 속에 급성장하며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제치고 세계 1위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자국 게임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 업체들에게 수출장려금을 지원하고 외국 게임사들이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데 제약을 두고 있다. 중국 게임의 성장은 이상한 승리가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이상한 승리'를 해 온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이유 있는 패배'에 직면하기 전에 '이유 있는 승리'를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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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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