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책 쓴 이상홍 KT파워텔 대표

"냉이꽃 본 적 있어요?"
냉이 된장찌개, 냉이무침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기자에게 이상홍 KT파워텔 대표이사(사진·56)는 웃으며 물었다. '냉이도 꽃이 있었나?' 당황해하는 기자에게 이 대표는 슬며시 스마트폰을 건넸다. 사진첩에 수천장의 이름 모를 꽃들이 빼곡하다. 이 중 하얀 좁쌀 같은 꽃들이 송골송골 모여 있는데, 냉이꽃 이란다.
이 대표는 야생화 마니아다. 전자공학과를 나와 KT그룹 내 이동통신 연구개발을 총괄해온 엔지니어 출신, 기업용 무전통화 서비스 회사의 CEO. 다소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예상은 그의 야생화 예찬 몇 마디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풀꽃들을 야생화 도감과 비교해 숨겨진 예쁜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커요. 주변에 쉽게 지나치는 야생화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꽃 이야기가 시작되자, 이 대표의 얼굴이 봄꽃처럼 환해진다. 이 대표는 봄꽃 중 냉이꽃을 가장 좋아한다. 냉이꽃은 겨울이 오기 전 미리 싹을 틔워 잎을 충분히 키워두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추운 겨울을 보낸다. 겨우내 인고의 시간 끝에 봄을 알리는 꽃을 피운다.

"겨울을 견디는 끈질긴 생명력, 가을부터 준비하는 준비성, 졸지 않고 귀 기울이다 봄바람 소리에 가장먼저 긴 꽃대를 세우고 피워내는 열정…. 인생에 많은 메시지를 주죠. 직원들이나 주위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냉이꽃 이야기를 자주 들려줍니다."
이 대표가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서초구 우면동 KT종합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부터다. 마라톤 풀코스를 2번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에 푹 빠져 지내다가 허리를 다쳐 회사 인근 양재천에서 걷기운동으로 바꾼 게 계기가 됐다.
"걷다보니 뛸 때 안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늘은 어떤 새로운 야생화가 있는지 속도를 줄여 두리번거리고, 새로 발견한 꽃을 카메라에 담고는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으로 이름을 뒤져봤죠."
이 대표의 스마트폰 속에는 그간 찍은 야생화가 3000여장에 달한다. 양재천 뿐 아니라 업무나 휴식을 위해 들르는 모든 지역의 풀밭이나 산 속 야생화도 담았다. 사진은 사내 개인 미니홈피나 페이스북을 통해 관심있는 사람들과 나눈다.
얼마 전에는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책도 냈다. 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인생철학, 야생화 이야기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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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눈과 마음에 담아서일까. 지난 3월 취임한 이 대표는 감성경영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취임 직후 직원들과 대면한 자리에서는 본인이 'CEO자기소개'를 했다.
"내가 먼저 열어 보여야 상대도 나에게 열 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제가 살아온 인생과 사장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가감 없이 들려주면서 상대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거죠. 형식과 제도 보다 대화와 소통이 중요합니다. 이 대표는 부임과 동시에 취학아동을 둔 부모에게 학용품을 직접 선물하고, 직원 결혼기념일이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격려하고 작은 선물을 전달한다.
"'줌의 법칙'이라고 아세요? 1개를 주면 10개가 돌아온다는 나눔의 법칙이죠. 어떤 사람은 '10을 줬는데 5밖에 돌려주지 않더라'고 푸념할지 모르지만, 이걸 실천한다면 10을 줬는데 195를 돌려주는 사람도 언젠가 만납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직원과 인간적 관계를 만들면,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극복해 나갈 힘이 생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