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톡왕따? 카톡이 문제일까 왕따가 문제일까

[기자수첩]카톡왕따? 카톡이 문제일까 왕따가 문제일까

이하늘 기자
2012.08.22 05:00

지난 14일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한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일부언론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카톡왕따'라는 신조어가 조명을 받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따돌림을 받았다니 '카톡왕따'라는 단어가 크게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자는 은연중에 '카카오톡이 없었다면 따돌림도, 안타까운 한 소녀의 자살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가 읽힌다고 말한다.

실제 한 언론은 카카오가 잇단 '카톡왕따'란 조어가 만들어지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한 소녀의 죽음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카카오톡이 지목되면서 당사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왕따'의 본질적 원인이 아님은 모두 알 일이다. 지난해에는 잇단 청소년 괴롭힘의 원흉으로 '온라인게임'이 주목을 받았다.

정부 각 부처는 앞 다퉈 게임 규제안을 내놓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치 게임만 규제하면 학교폭력과 왕따가 사라질 것인 냥 소란스러웠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반성과 대책이 필요한 것은 백번 맞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 왕따의 수단은 수백여 가지 이상이 남아있고, 앞으로 그보다 더 많은 도구가 새롭게 개발될 것이다. 게임규제에도 여전히 청소년 폭력과 왕따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6년 전 경찰기자 당시 한 사내가 부엌칼로 형수와 조카들을 모두 살해한 사건을 취재했다. 당시 어느 언론도 '부엌칼 살인'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무능력한 동생이 형님 집에 수년간 더부살이를 하면서 가족갈등이 심해졌다는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게임이나 카카오톡 역시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단순한 도구로 사용됐다는 이유로 이들 서비스를 규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그 도구 역할을 했던 인터넷, 게임, 모바일 서비스 들에 그 혐의를 넘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청소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한국경제와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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