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개회 초반부터 분위기가 냉기가 흘러나왔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양문석 위원이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MBC사장 해임안 부결에 항의해 사의를 표명한 뒤 처음 열린 회의다.
휴대인터넷용 주파수 할당계획. 2012년 방송평가 결과. EBS사장 후보자 선정방식 등 총 8건의 의결안건과 1건의 보고사항 등 제법 많은 안건들이 위원들의 별다른 멘트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위원장 주재 아래 2대 2 여, 야 추천 위원간 팽팽한 논쟁과 토의를 했던 이전 상임위원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참관을 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식물위원회 수준 아니냐"는 한숨이 나올 정도다.
양 위원은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뒤 여전히 출근하지 않고 있다. 현재 양 위원의 사직서는 청와대에 보내지지 않았고 휴가 처리된 상황이다. 문제는 양 위원의 사퇴가 확정될 경우다. 방통위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3월까지는 5인 상임위 체제에서 야당 추천위원 한명만 남아있는 기형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모두 집중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임위원 선임을 위한 야당 추천과 국회 동의 일정이 순탄히 진행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방통위가 여야 3대 1, 4인 체제로 정부조직개편 때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통위는 현 행정기구에서 유일하게 차관급 위원 2명을 야당에서 추천받는 합의제 기구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방송통신 정책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비록 쟁점 현안의 경우 결국 표결로 처리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반대 목소리를 내고 논쟁을 벌이는 것 또한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이라고 볼 때 여야 추천 위원들의 업무수행은 방통위 해체때까지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다.
양 위원은 사퇴의 변으로 'MBC 파업사태'를 원만히 봉합하지 못한 책임을 거론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양 위원 혼자 짊어질 이유는 없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전체 방송통신위원회와 현 정부가 짊어져야 하는 게 맞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끝까지 책임질 문제라면 방통위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해결점을 다시 모색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양 위원의 복귀를 요구하는 이유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방통위는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 더불어 방송통신 정책의 규제 방향이나 정책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당장 방송산업 규제완화와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 등 시급한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방통위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독자들의 PICK!
방통위의 행정공백 상태는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과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이계철 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상임위원들은 물론 양 위원 스스로 지금 져야할 더 중요한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때다. 방통위가 역사에 남기는 오점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버리지 않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