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땅따먹기 속 '빈껍데기 창조경제' 우려

與野 땅따먹기 속 '빈껍데기 창조경제' 우려

성연광 기자
2013.03.05 16:54

정부조직 여야합의문 보니… 유료방송·주파수·개인정보 등 뿔뿔이 이원화

"이대로 가다간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후퇴된 조직이 나오게 생겼다."

5년 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에 참여했던 인사의 격앙된 반응이다. 그나마 5년전 여야는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대의명분과 원칙에 합의해 방통위를 출범시켰는데, 현재 여야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란 명분은 버리고 각자 입맛에 맞는 업무를 지키려는 '땅따먹기식'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간 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업계 및 관계자들은 "호랑이를 종이 호랑이로 만들더니 이제는 종이 호랑이 몸통도 나누겠다는 꼴"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유료방송도 찢더니 주파수도 통신-방송으로 찢는다고?

민주당이 막판 합의문으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대로 IPTV(인터넷TV)와 일반 방송채널사업자(PP; 非보도채널)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존치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유료방송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PTV와 SO(케이블TV), 위성방송의 규제법이 이원화돼있는데 소관부처마저 이원화되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 대학 교수는 "방송통신 융합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은 물론 통합적인 유료방송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을 원칙없이 찢는 분야는 유료방송뿐만이 아니다. 주파수 업무 분장안은 더욱 심각하다. 표면적으로 주파수 관련 정책 담당은 미래부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행 통신용 주파수 관리는 미래부로, 방송용 주파수 관리는 방통위 소관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주파수가 회수되는 700㎒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아예 방송용으로 못박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신규 및 회수 주파수의 분배, 재분배 심의권한도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칭)주파수심의위원회에 두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국가유한자원인 주파수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방송, 통신용외에도 공공용 주파수 수요도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파혼선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적절한 분배와 시의적절한 회수, 재배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방송용과 통신용 주파수를 따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정책 부처를 두고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는 것은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구도"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 허울좋은 '과학+CIT' 통합 "이럴거면 조직개편 뭐하러"

민주당은 개인정보보호 기능도 방통위에 존속할 것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 기능은 인터넷 산업정책과 스마트앱(위치정보),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등 미래부의 핵심 ICT(정보통신기술) 전략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핵심요소다. 산업 활성화와 개인정보보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와 산업진흥이 이원화될 경우 ICT 신규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쨌든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는 유료방송 정책으로 알려져왔지만 통신정책을 제외한 방송·주파수·네트워크 기능을 갈갈이 찢자는 논의까지 포함됐음이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창조경제'를 맡은 미래부는 문패만 존재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껍데기만 남았다"고 발언한 이유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O 법령 재·개정권한에 대한 의견절충에 실패하면서 협상은 원점서 검토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이 여야협상으로 처리될 경우 여당에서도 야당의 체면을 위해 무언가는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여전히 대의명분이나 정책철학과는 상관없는 '땅따먹기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부라도 성과를 내러면 우리도 양보할 것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선택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 정책과 주파수와 개인정보보호 정책마저 이원화되면 산업진흥은 고사하고 그야말로 방송, 통신, 인터넷 산업 곳곳마다 업계간-정부부처간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만 거듭되는 '싸움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전 융추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차라리 기존 방통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방송통신 업계와 ICT 산업 생태계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꼬집은 후 "대승적인 차원에서 미래부로 방송통신, ICT 관련기능을 넘기되, 여당이 검토 중인 방송중립 특별법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송 미디어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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