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트컴퓨터의 30주년 '기적'이 안되려면

[기자수첩]비트컴퓨터의 30주년 '기적'이 안되려면

강미선 기자
2013.08.27 08:04

"30년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네요."

이달 창립 30주년을 맞은 국내 1호 벤처기업이자 1호 SW(소프트웨어)전문회사 비트컴퓨터를 보며 업계 지인이 한 말이다. 척박한 국내 SW 시장에서는 10년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비트컴퓨터의 성장과정은 국내 SW업계가 얼마나 열악한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3년 창업 당시만 해도 SW업종에 대한 사업자분류코드가 없어 은행거래를 할 수 없었고 벤처캐피털법은 커녕 요즘은 흔한 정부의 창업지원제도도 전무해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우수 인재가 SW 분야를 외면해 인력난을 겪으면서 궁여지책으로 직접 인재양성에도 나서야했다. 1990년부터 설립해 운영중인 비트스쿨은 23년간 8600여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생존하기도 버거운 상황 때문이었을까. 비트컴퓨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328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 30년 업력의 SW업계 '맏형'의 성적표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SW불모지인 한국에서는 성장 보다는 생존이 문제"라며 "그나마 국내에서 장수한다는 기업들은 독자적 성장 못지않게 SW생태계의 조성과 활성화에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도 창립을 기념해 직원 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회사규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안하다, 성장은 더디지만 안정적으로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휴대폰·자동차·조선·항공·의료 등 각 산업분야에서 SW가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역할을 하는 'SW혁명'이 전세계적으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국내 SW업계는 창의적 개발이 어려운 중층적 하도급 구조, 인력난, SW불법복제 등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현 정부 들어 SW업계에는 기대감이 크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SW산업 활성화를 지목하며 각종 정책적 지원을 쏟아낼 태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W 생태계 조성에 좀 더 힘을 써준다면 기업이 생존에 급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SW기업들은 50년, 100년을 바라보고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30년을 버텼다는 게 더 이상 국내 SW업계에서 '기적'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이 성장을 위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생존을 위한 든든한 생태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