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국면 통신판 '황의 법칙'…조직 융합 1차 실험 무대될 듯

"메모리 집적도가 1년에 두배씩 증가할 것이다."
KT(60,800원 ▲1,100 +1.84%)차기회장으로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201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 총회 기조연설에서 주창한 반도체 신성장 이론이다. 이른바 '황의 법칙(Hwang's law)'이다.
당시만 해도 업계 정설로 통했던 무어의 법칙(매 18~24개월마다 집적도가 두배 는다)을 뒤집은 말이다. 당시 전세계 반도체 업계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가 총괄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혁신적인 기술진화를 거듭, 그 이론을 입증하며 세계 일등 신화를 일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황의 법칙'은 그를 늘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반도체의 대부'였던 그가 이제 통신판에 도전장을 냈다. KT 차기회장으로 내정된 것. 내년 1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이제 6만여 KT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들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에 앉는다.
◇통신판 '황의 법칙' 나올까=글로벌 시장을 호령해왔던 그의 리더십과 미래비전 설정 능력을 KT에 접목해 KT의 경영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에 빠져든 통신사업과 BC카드,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 내수 위주로 편재된 KT 계열사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글로벌 KT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문인 것이다.
황창규 KT호(號) 출범과 맞물려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빨래줄 장사'로 치부되고 있는 통신 시장에 또다른 '황의 법칙'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모두가 이미 닫혔다고 생각하는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대만 반도체 학술대회를 정례화 하는 등 미래비전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 왔다.
◇무리한 삼성 DNA 이식, 부작용 초래=그의 내정 소식에 KT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가 KT그룹의 양대 간판사업인 통신사업과 금융업에 대해 정통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우려감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KT측은 "지경부 T&D 전략기획단장으로서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ICT 전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규제사업인 이들 업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륜이 없다는 점에서 초기 시행착오가 적지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의 글로벌 기업 감각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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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당면과제인 '조직융합'도 그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기업의 전문경영인과 재계 11위권 기업이면서도 대주주가 없는 KT 회장직 역할은 다르다. '무노조 신화'의 대표기업이었던 삼성과 달리 노조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공채 출신의 '원래 KT'와 이석채 회장 이후의 '올레 KT'간 갈등도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삼성의 조직 DNA를 이식하려 할 경우, 더욱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그렇다고 경쟁사에 비해 방대한 인력규모와 공기업적인 조직 문화는 딜레마로 공존할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원로는 "KT의 가장 큰 위기는 사업구조가 아닌 조직내 내분의 문제"라며 "빠른 시일내에 갈등을 봉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전 공유와 조직 융합이 차기 CEO로서의 최대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황 회장 후보는 내정 소감에 대해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황 회장 후보는 내년 1월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받으면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