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시간에 눈물 흘린 '세월'

가는 시간에 눈물 흘린 '세월'

강미선 기자
2014.04.24 05:30

위성부터 무인헬기영상, 기상·SNS 정보까지 통합제공 '스마트빅보드' 언제 가동?

/사진제공=재난안전연구원
/사진제공=재난안전연구원

세월호 참사가 원칙을 버린 대충주의가 낳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사고 초기 정부 및 관계기관의 정보 부족과 이로 인한 판단 오류도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첨단 재난 상황실에 온갖 정보통신, 첨단 과학기술 등을 활용한 정보가 한 번에 들어오고 일사분란하게 분석·대응하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일까. 온 국민이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할 정도로 스마트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재난상황실은 어느 수준일까.

◇보고서 방식 단순 정보의존 "20세기 재난상황실"

23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난 및 안전과 관련된 정부부처·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재난상황실이 구축돼 있지만 '첨단'이나 '스마트'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다.

재난·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정보는 주로 문서나 유선을 통한 상황보고에 머물고, 영상정보는 언론사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보는데 그친다. 이 때문에 재난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어 체계적·즉각적 재난대응이 어렵다.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도 1분1초가 급한데 공무원들은 이곳저곳 연락해 사고 현황 등을 듣고, 이를 다시 보고서로 만들어 들고 뛰어다니기 바쁘지 않았냐"며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 현장정보를 취합하기 때문에 정보 분석이 늦고, 국민에게 알리고, 판단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스마트빅보드'로 무인헬기 영상에 SNS 정보까지 한눈에

후진적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안전행정부 산하기관 재난안전연구원은 '첨단 재난상황실'을 개발 중이다. 일명 '스마트 빅보드(Smart Big Board)'로, 재난·안전사고시 현장중심의 모든 활용가능한 정보네트워크를 가동해 위험을 분석하는 최첨단 재난상황실이다.

위성영상·CCTV·무인헬기 영상·기상정보 등이 함께 제공돼 사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즉각적 대응이 가능하고, 여기에 각 부처가 제공하는 실시간 기상변화 및 전자지도정보는 확산상황·피해추정 등 재난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단순히 정보만 모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분석 기능도 강화했다. 침수가 나면 과거 침수 이력 등 분석시스템이 실시간 가동돼 결과를 제공하고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CCTV, 무인항공기, 스마트폰, 인공위성 영상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상 뿐 아니라 항공에서 제공되는 생생하고 입체적 재난현장 상황정보 취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빅보드'는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의 해안정보관리시스템 '나우 코스트(nowCOAST)'를 벤치마크 했다. 여기에 더해 위치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보까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산불 발생 초기에 현장 주변 시민이 SNS에 올린 정보를 빅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분석하는 식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여러 정보를 한 번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상황을 전자지도로 표출하고, 재난 예측 및 피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 재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난안전상황실의 모습과 개선방향/자료제공=재난안전연구원
현재 재난안전상황실의 모습과 개선방향/자료제공=재난안전연구원

◇부처·기관 칸막이 제거 '정보통합' 필수

'스마트 빅보드'와 같은 최첨단 재난안전상황실이 실제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지난해 2억원을 들여 프로토타입으로 개발된 '스마트빅보드'는 현재 일부 기관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올해 지원된 예산은 8억원. 개선사항을 반영해 올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각 기관 등이 기존 시스템과 연동해 통합시스템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로 국가재난안전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변화가 예상되면서 사업 확대 및 도입 일정 논의 등이 중단된 상태다.

스마트빅보드가 주로 홍수, 산불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도 범용플랫폼으로 도입하는 데 한계로 꼽힌다.

연구원 관계자는 "홍수, 태풍, 화재가 많아 해양안전사고는 당초 시스템 개발할 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정보가 많아야 이를 시스템에 연계하는데, 특히 해양 쪽은 전문가가 적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처간 협력을 통한 정보통합이 관건이다. 지금은 각 부처·기관별로 재난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상황. 세월호 사태에서도 사고 발생 직후 해수부·안행부·해경 등 전국에 대책본부만 10여개가 난립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ICT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만 보면 '스마트빅보드' 도입이 어려운 건 아니다"라며 "정보를 통합하고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실질적인 재난안전 콘트롤타워 없이는 그 어떤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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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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