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눈을 더 크게 뜨고 까다롭게 감시하자

# "어휴, 더 늘긴요. 오히려 줄었어요. 이런 거는 해서 뭐하냐는 항의도 받는걸요."
국제아동보호단체 관계자는 최근 기부나 후원이 더 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참사 사태로 사람들이 남의 안타까운 사연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온정을 베푸는 일이 더 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기부나 후원은 더 줄어들고, 정기적으로 하던 후원 관련 행사도 취소하거나 축소했단다. "우리나라 애들이 지금 저런데 남의 나라 애들 도와주게 생겼냐", "때가 어느 땐데 그러느냐"는 항의도 종종 받는다고 했다. 5월 가정의달, 어린이날 등을 맞아 국내외 불우아동돕기 행사를 준비하는 단체나 기관들은 지금 아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 출판사는 저자·독자행사인 소규모 북토크를 취소했다. 인문서적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자리지만 추모 분위기와 무관한 행사를 열었을 경우 자칫 비난을 받을까 우려돼서다. 이 출판사 관계자는 "자칫 '모여서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더라' 라는 글이 SNS로 퍼지면 수습이 안될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된 지 열흘이 넘었다.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은 절규하고, 국민들은 함께 아파하며 미안해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능함을 보여준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은 극에 달했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결국 27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는 사퇴의 변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얘기를 정부 책임자가 했을 정도이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클 터.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공직자야 옷 벗고 나가면 되지만, 나와 우리 애들은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가야지 않겠는가. 국제구호단체의 자선 활동에까지 딴지를 걸거나 경제계·기업의 통상적 활동에까지 애써 까칠한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더 까다롭게 감시하고 만들어야 할 것은 우리사회의 시스템이다.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먹구구식 정책과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됐고 지금도 이 때문에 허둥대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는 가운데 국회 해당 상임위 소위원회는 해상안전 법안들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말 그대로 '뒷북'이다. 하지만 '통과'에 의미를 두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대충 '면피'를 하려는 건 아닌지, 어떤 내용을 담은 정책과 법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비판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는 '안전사고 후진국'임을 입증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망사고 중 안전사고 사망자 비율이 12%를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다른 위험지표인 산업재해는 OECD 회원국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수치만 봐도 국가나 국민 모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