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죄인인 듯, 화내면 주눅 들고 때리면 맞기만 했던 게임 업계가 달라졌다. 게임규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뿐 아니라 법적 소송, 헌법소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미 커져버린 몸집, 해외 수출 기여도, 갑자기 불어 닥친 불황까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당하고만 살았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시간 선택제', '웹보드게임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여기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4대 중독법'으로 인터넷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함께 관리한다고 하니 끝내 폭발한 것이다.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에 신 의원은 결국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을 4대 중독에서 분리해 따로 법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규제는 계속되더라도 일단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취급받을 뻔했던 오명은 벗어난 셈이다.
지난달 23일에는NHN엔터테인먼트(38,400원 ▲100 +0.26%)가 헌법재판소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웹보드게임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불법 환전상을 방지하자는 목적으로 마련된 시행령이 과도해 일반 이용자까지 이탈하자 구제를 요청한 것이다. 앞서네오위즈(23,950원 ▼350 -1.44%)게임즈도 모바일 웹보드게임 '피망 포커'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심의 보류를 받자 게임위를 대상으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업계 내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각자의 이익을 쫓느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업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비로소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다. 아픔을 딛고 와신상담한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여전히 자사가 당면한 과제가 아닌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소통을 하고 함께 연구하자고 요구하지만 먼저 나서서 연구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말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전길남 박사(카이스트 명예교수)도 이에 대해 아쉬워했다. "사이버 공간의 중독, 즉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를 게임업계가 앞장서서 주도하고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