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 이후 제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페이스북에서 엄마 아빠들과 '친구 맺기'입니다. 눈치 채셨나요? 예,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엄마 아빠, 예를 들면 온유 아버님, 시연이 어머님, 하영이 어머님과 '페친'이 됐습니다. 아, 하영이는 제 딸의 이름이기도 하고 하영이 엄마는 저랑 동갑내기더군요.
죽은 아이들의 그림자를 일부러 쫒거나 그 부모를 찾아 헤매는 건 아닙니다. 그저 페이스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사연을 접하게 되고, 그 사연에 공감을 하다 보니 친구 신청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참 이쁘죠? 온유야, 시연아, 하영아. 이름이라는 건 이렇게 불러줘야 하는 건데요. 엄마 아빠들의 맘은 오죽 할까요 아이들 엄마 아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가보면 저처럼 생면부지인데도 친구를 맺고 위로를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아픔을 겪은 엄마 아빠들끼리 서로 어깨 보듬는 인사들이 주를 이룹니다. 아이를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의 탄식과 눈물이 없을 리 없지요.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제 이웃들이 그랬습니다. "하영이 엄마, 뭐 좀 먹었어? 나와라. 맛있는 커피 한잔 하자. 하영이 우리 집 보내고 좀 쉬어. 할머니 괜찮으셔?"
금방 한 겉절이를 들고 와 안 먹히는 밥을 먹게끔 해주고,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캔 커피 한잔하면서 햇볕을 쬐게 해준, 그렇게 제 일상을 찾아준 이웃들이 제게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 생을 마감하신 부모의 죽음과 날벼락처럼 잃은 아이들의 죽음을 어찌 비교할까요. 그러니 이웃이 필요하다면, 위로가 필요하다면 제가 받은 위로의 백 만 배쯤은 더 필요한 상황이지요.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 책임자 처벌. 엄마 아빠가 필요로 하는 건 참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제가 받은 위로, 제가 받은 함께 하는 마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잊혀질까 두려운 맘. 우리만 혼자 남았다는 분노를 보듬는 마음.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영원히 보낼 수 없을 겁니다. 한 평생 가슴에 묻고 죄인처럼 살아갈 겁니다. 그래도 부모들이 아이의 이름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이웃들도 보태야 할 텐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독자들의 PICK!
죽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만 있는 건 아니죠. 살아남은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사고 70일째 아직 돌아오지 못한 11명과 가족들이 있습니다. 누구의 아픔이 크다 적다 할 수 없는 삶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학교 복귀를 앞두고 조심스레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웃고 떠드는 일이 죄를 짓는 일인 거 같다고, 웃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할까봐 웃지 못하겠다고 하네요.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답니다. 그러니 불쌍하게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단원고를 기자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어달라네요. 그러나 아이들은 말합니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달라고.
7월 4일 '서촌갤러리'에서 고 박예슬양의 전시회가 열립니다. 예슬양은 단원고 2학년 3반 17번입니다. 구두를 좋아하는 예슬양은 틈나는 대로 구두 디자인을 했나봅니다. 서촌갤러리 장영승 리장께서 부모님과 상의해 전시회를 열기로 했답니다. 예슬양이 그린 구두 그림과 '구두 장인 할아버지들'이 예슬양의 그림을 보고 실제 만든 구두가 함께 전시된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들도 많이 가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사연도, 꿈도 이렇게 대신 그려주고 보여주는 일이 천천히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오래 오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일. 그들을 잊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가장 슬프게 하는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