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화제를 뿌린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평소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이번 월드컵으로 새롭게 기억하게 된 이름이 있는데 바로 ‘네이마르’다. 브라질에선 제2의 펠레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았다지만, 8강전에서 안타까운 부상을 당했을 때만 해도 나에게 네이마르는 수많은 축구스타의 이름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이름을 단단히 기억하게 된 건 브라질이 7대 1이란 충격적인 점수로 지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한 선수의 공백이 팀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고 할까. 네이마르 부상의 원인이 된 수니가는 물론, 경기의 주심까지 브라질 축구팀을 망친 공적이 되어 살벌한 보복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과연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부상만 없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네이마르 한 사람의 존재에 좌우되는 팀은 과연 위대한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독일의 우승을 두고 ‘팀보다 우수한 선수는 없다’는 축구계의 명언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직력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팀을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팀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팀원 한 사람이 다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바로 누군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있다. 전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또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팀은 시합을 거듭할수록 전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탁월한 선수에만 의존하다보면 자연 그 선수의 운동량이 많아지고, 정작 중요한 게임이 되면 최고의 선수는 최악의 컨디션으로 싸워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팀이라면 얘기다 다르다. 처음에는 미흡하고 허점이 있더라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높아지고 허점은 줄어든다. 팀이 우수한 선수를 이기는 것은, 꾸준히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면 어느 순간 몇몇 개인의 힘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탁월한 팀이 탄생하는 때가 오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의 네이마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몇몇 기업의 실적에 일희일비 하다가는 7대 1일이라는 고통스런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수도 있다.
경제의 네이마르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잘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경제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각 분야에서 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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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떤 기업들을 키워야 제대로 된 생태계가 만들어질까. 기업 역시 경기나 경영자의 능력보다,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곳을 키워야 한다. 경기의 호.불황에 좌우되거나 어떤 경영자의 안목에 좌지우지 되는 기업이 중심이 되면 우리 경제의 안정성도 흔들린다. 튼튼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육성해야 우리 경제의 시스템도 튼튼해질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할수록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져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
기술력 있는 기업은 몇몇 뛰어난 사람들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머리를 싸맨다고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협력하고 제휴할 수 있는 네트워크 채널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들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볼 역량 있는 투자자도 있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우수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은 물론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적 기업들이 시장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제도의 정비와 정부 차원의 기초기술 육성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 경제의 네이마르 걱정은 접어두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때다. 건강한 생태계보다 우수한 기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