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시가 되면 기업들은 저마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연탄을 돌리는 장면이나 임직원이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첨부된 보도자료만도 수십 통이 넘게 메일함에 쌓이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알리는 데는 단순히 기업들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우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해마다 수억 달러씩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대서 특필되는 것도 할리우드 스타를 보고 동참을 할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것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누구나 손쉽게 동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연말연시에 연례행사처럼 굳어져 버린 기업들의 판박이 사회공헌 활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무덤덤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벤처기업인들이 소방장갑을 구매해 일선 소방서에 전달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들은 투자를 많이 받거나 매출이 많은 스타트업도 아니다. 자신들의 기부금 뿐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모금하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150명이 넘는 후원자를 모집하고,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사회공헌 방법을제안해서 정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스타트업이 해낸 것. 여기에는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오픈트레이드와 사회적 기업 스윗해피니스의 역할이 컸다. 자신들의 장기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들이 하지 못했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새로운 서비스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곤 한다. 스타트업에 기대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일 중에서 우리 사회의 가려운 곳을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가치를 단순히 돈을 잘 벌어서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하는 일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되도록 하는 '소셜 임팩트'를 강조했다. 같은 선상에서 저마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스타트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풍성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