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협력 통한 넥슨 사업 강화, 배당금 올려 투자금 회수, 최악의 경우 적대적 M&A까지 대비

게임업계 1, 2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칼자루'를 쥔 넥슨이 9페이지에 달하는 주주제안서를 공개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상황.
오는 10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주주총회 목적사항에 대한 주주의안 제안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 요청 △전자투표제의 도입 등은 엔씨소프트도 크게 반발하기 어려운 요소다.
그러나 향후 검토 후 답변 달라고 요구한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요청사항'은 넥슨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진짜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주주제안서에 담긴 넥슨의 의도는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IP(지적재산권) 활용 △경영권 참여를 통한 ‘훈수’ △보유 부동산 정리를 통한 배당 증대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 무력화 등 4가지로 요약된다.
궁극적으로 직접적인 넥슨의 매출 증대, 배당율 조정을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하고, 최악의 경우 적대적 M&A까지 대비하겠다는 카드다.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넥슨의 요구에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양사 관계는 물론 향후 경영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IP 활용한 넥슨 게임 다양화
넥슨이 요구한 첫 번째 사항은 외부업체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핵심은 양사가 논의해왔던 'MXM프로젝트(가칭)'와 관련해 넥슨이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넥슨의 유명 캐릭터도 MXM에 활용해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MXM(마스터X마스터)은 엔씨소프트가 출시 준비 중인 슈팅게임이다.
이를 통해 넥슨은 취약점으로 꼽혔던 30대 이상 남성 이용자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넥슨은 풍부한 게임 라인업에 비해 핵심 이용자층으로 꼽히는 30대 이상 남성 이용자 비율이 적은 편이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주요 게임은 대부분 30대 이상 남성을 타깃으로 한다. MXM프로젝트는 넥슨으로서 결코 손해 볼 것 없는 제안이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넥슨과 협력해 게임 유통 채널을 늘리고 넥슨의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다면 MXM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만큼 수익을 나눠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개발기간이 길고 출시 게임 수가 적은 엔씨소프트로서는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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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증대 통한 투자금 회수' 혹은 '적대적 M&A'
넥슨은 이번 주주제안서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동 사옥 2동과 토지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자사주를 매각하고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주주배당을 높이라는 제안도 뒤따랐다.
넥슨의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엔씨소프트의 경영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8000억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배당금을 늘리면 개발 및 투자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총 지분의 8.93%인 자사주 소각 요구 역시 마찬가지다. 넥슨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전쟁을 고려한다면 자사주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핵심 카드다. 아울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과 김 대표의 동생 김택헌 전무의 연봉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자칫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윤송이 사장과 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택헌 전무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제안이다.
사내 입지가 탄탄한 두 측근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향후 넥슨이 이사회에 진출해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최악의 경우 적대적 M&A에 돌입할 시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싱(유통)에 강한 넥슨이 보기에는 장기 프로젝트 위주의 엔씨소프트의 사업구조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며 "배당금 상향 조정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엔씨소프트의 사업구조를 '넥슨의 상식'에 맡게 뜯어고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