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고혁신책임자 'CIO'를 아시나요?

[기자수첩] 최고혁신책임자 'CIO'를 아시나요?

진달래 기자
2015.03.13 05:27

한 외국계 IT(정보기술) 기업 임원과 명함을 교환하던 중 'CIO'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는 주로 '최고정보책임자'로 통용되는 직책이지만, 명함에는 '정보(Informaiotn)' 대신 '혁신(Innovation)'이 적혀있었다.

'최고혁신책임자(CIO)'는 새로운 직책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에는 흔치 않다. 정확히 하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 그는 "조직 구성원들을 꾸준히 만나고 구석구석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혁신'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그의 답에서 진정한 '혁신'이 갖춰야 하는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문제점을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이 먼저 생각하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문제점을 찾는 일부터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것을 '꾸준하게' 개선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최근 발생한 공공아이핀 75만건 부정발급 사건은 일종의 혁신 실패 사례다. 현장에서 문제를 찾는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꾸준한 개선은 남의 이야기였다.

주민등록번호가 '공공재'라는 불명예를 쓰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공공부문 아이핀(I-PIN·인터넷개인식별번호) 확대 정책이었다.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지 8년도 되지 않아 발급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정부는 해당 시스템 관리·운영 모두에 허점이 있었다고 시인한 상황이다. '연간 유지보수 비용 13억원'이라는 발표에 도입 이후 꾸준한 관리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 아이핀 발급시스템 초반부터 현재까지 꿰뚫고 있는 담당자는 없었다. 너도나도 알아봐야 한다는 답만 내놓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 조직과 정책에도 CIO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고혁신책임자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제도 개선, 조직 혁신 등을 꾸준히 구석구석 관리하고 챙기는 '책임감' 있는 조직원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부터라도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꾸준히 제도를 관리·개선해 나간다면 묵은 논쟁으로 변화가 없는 개인식별번호 관련 제도를 '혁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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