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을 생업으로 한 우리 전통사회에서 6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24절기 중 망종이 6월에 들어 있어 사람들은 이때까지 보리를 벴고 씨도 뿌리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조상들은 단오(음력 5월5일)나 유두(음력 6월15일)와 같은 세시풍속을 통해 망중한(忙中閑)을 즐겼다. 단오절에 부녀자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와 얼굴을 씻고 그네뛰기를 했으며 남자들은 씨름을 즐겼다. 유두날이면 사람들은 음식을 장만해 먹으면서 시원한 곳에서 고단한 몸을 쉬게 했다.
근래에도 큰 사건은 6월에 많이 발생했다. 한 해의 큰 일을 모두 기록해놓은 달력을 보면 6월만큼 다사다난한 달도 없다. 우리 민족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한국전쟁이 1950년 6월에 발생했다. 이와 같은 민족적 파멸을 초래하는 대립을 피하고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자는 취지의 공동선언도 공교롭게 2000년 6월15일에 있었다. 더군다나 1987년 6월10일에 시작된 민주항쟁은 우리 사회가 독재의 시대를 넘어 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2015년 6월도 전혀 예외가 아닌 듯싶다. 메르스라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온 사회를 강타했다. 일개 바이러스의 출현에도 휘청거리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보면서 이보다 훨씬 더 위급하고 중차대한 전쟁과 같은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지 의구심이 먼저 든다. 어느 기자가 우리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진단했듯이 과연 우리 사회는 국가를 운영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져보고 싶다. 경제대국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는 한 국가가 어떻게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매년 6월이면 우리는 6·25전쟁 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혼과 넋을 기린다. 이때 이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배우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주어진 일을 통해 배운 것이 없다면 그와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주체가 개인이든 사회든 마찬가지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면서 사회를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더군다나 지도자와 제도적인 측면에서 성숙한 사회와 미숙한 사회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분명해졌으리라.
올해도 6월이 되었다고 해서 북한과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진 것도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해서 6·15 공동선언을 한 지 올해로 15주년이 된다. 이러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방어적이고 적대적이다. 북한은 14일 동해 원산 부근에서 지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미사일 발사다. 공동선언이후 15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궁극적으로 남북한 상황은 바뀐 것이 거의 없다.
남북의 관계가 안정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여럿이 있다. 결국 한민족으로 더불어 공존하는 것이 모두의 삶에 낫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당에 우리는 과거를 답습하는 일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 사건은 있으되 발전이 없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경쟁과 대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좀 더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경쟁은 경쟁을 낳고 협동은 협동을 낳는다는 상호성의 법칙이 남북한의 관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7년에 있은 6월 민주항쟁은 제대로 된 사회,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과 저력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절대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사건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을 갖춘 인간 중심적인 사회를 위해 아직도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6월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로부터 더 많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도 선조들처럼 다가올 6월에는 망중한을 즐길 수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