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학습능력? 한·영 스마트폰 동시통역 1년내 가능"

"알파고 학습능력? 한·영 스마트폰 동시통역 1년내 가능"

류준영 기자
2016.03.16 08:09

[이세돌 VS 알파고]전문가 10인의 관전평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서 5시간의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최종 전적 1승 4패. 이 9단의 2승 도전은 실패했지만, 인류 대표로 나선 그의 집념과 독창성은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이번 다섯 차례 대국은 바둑의 승부를 넘어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동시에 AI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관심과 고민도 깊어졌다. 이번 대국에 대한 관전평을 각계 전문가에게 물었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400여년 전 많은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면밀한 관찰과 계산을 해야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은 직관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직관을 포기할 수 없다. 때로 이런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직관이 진실은 아니다. 알파고는 직관없이 그냥 정밀한 계산을 한 것 뿐이다. 마치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일은 과학의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돼 오던 일이라 볼 수도 있다. 더 정확한 계산을 하는 쪽이 이기는 거다. 물론 우리는 또다시 직관을 원하겠지만, 우리가 알파고의 직관을 이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결국 우주는 수학으로 기술된다는 사실이다.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세돌은 3연패 끝에 네번째 대국을 승리했다. 그는 알파고의 약점을 두 가지를 발견했다. 여기서 약점이란 패턴이다. 이세돌은 단 3경기 만에 두뇌에서 일어나는 실시간학습을 통해 알파고의 패턴을 인식했다.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며 바둑을 학습했다. 물론 엄청난 수의 실전 바둑 역시 학습했음이 자명하다. 반면, 이세돌은 단지 3경기, 한 경기 당 대략 20W 미만의 전력을 소모하며 알파고에 대한 실시간 학습을 했다. 알파고는 엄청나다. 하지만 그 대단한 알파고에 적응하며 4차전 승리를 가져간 이세돌의 두뇌는 더 대단하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인공지능 기술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다양한 문제에 적용되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 기술적·제도적·문화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하고 미래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구 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발사했을때 미국이 국가적 과학기술 역량에 투자해서 이를 극복한 사례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서울대 명예교수)=알파고 등장 이전엔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침투해올 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명확해 졌다. 알파고 정도의 학습능력이라면 당장 1~2년 내에 많은 분야에서 실감나는 변화를 겪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동시통역 부문이다. 지금도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은 스카이페로 자유롭게 소통한다. 하지만 동양언어와 서양언어 사이의 동시통역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젠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한국어도 영어와 스마트폰으로 동시통역되는 시기가 1년 정도 안에 가능해 진다고 본다. 다음은 시각지능기술 발달이다. 자율자동차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주변 지도그리기와 사물인지능력이다. 2020년 안에 자율자동차가 필요한 정도의 사물인지능력은 충분히 가능해짐으로써 자율운전자동차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2020년 안에 실용화 될 것 같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바둑판에서 실현가능한 수순의 후보들을 여럿 추출하고, 이 중 하나를 잘 고르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다. 알파고가 엄청난 계산력으로 결정할 때, 이세돌은 홀로 놀라운 직관력으로 해낸다는 차이 뿐이다. 알파고는 이기면 +1, 지면 –1이 되는 변수 값을 얻고, 그 평균을 현재 판의 ‘가치’로 이용한다. 프로그램의 딱 한 줄에서 부호만 살짝 뒤집으면, 알파고는 아무런 고민 없이 지기위한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다. 두려워할 것 없다. 알파고는 바둑 잘 두는 지능 기계일 뿐이다. 그리고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잘 두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은 우리 사람이다. 앞으로의 인공지능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가치’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하는 사람들이다. 난, 인공지능이 아닌, 그 안에 넣을 '가치'의 결정이 더 두렵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인공지능 분야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많이 뛰어들어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AI 컨트롤타워나 한국형 뭔가를 만들기 보다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아주 자유롭게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마이크로펀드를 조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그 성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센터장=이제는 로봇이 육체노동에 이어 정신노동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추론 능력은 로봇이 더 뛰어나다. 그렇다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면 된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알파고는 바둑 외에 인간과 같은 자유의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대국을 놓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알파고를 학습시킨 소프트웨어가 공개 소프트웨어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기술 발전에 동참하자. 그리고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

▶백종현 한국포스트휴먼학회장=인공지능 연구를 할 때 해당 기술이 인류에 미칠 영향을 인문사회과학자들에게 별도 연구 프로젝트로 줘 이 결과를 정책이나 입법에 반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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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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